삼성重,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아닌 경영협력 택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5.09.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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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1조5000억원 영업손실 등 어려운 경영환경 고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덕훈 수은 행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사진=수출입은행<br>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덕훈 수은 행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사진=수출입은행


삼성중공업 (9,600원 ▲210 +2.24%)이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대신 '경영협력'을 택했다. 이는 1조5000억원대 2분기 영업손실을 본 삼성중공업이 재무적 부담을 수출입은행과 나누면서도 성동조선해양과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31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해양의 영업·구매·생산·기술 부문 등을 지원하고, 수출입은행은 인사·노무·재무 등 경영 전반을 총괄 담당하는 형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협약이 위탁경영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의 역할은 협력과 지원일 뿐 성동조선해양 경영 자체는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내부 경영진이 맡는다"며 "구매, 생산, 기술 역시 우리가 전담하는 게 아니고 '지원'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 간에 논의된 협력방안으로는, 삼성중공업이 영업망을 활용해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발굴하는 한편 성동조선과의 외주계약으로 선박 블록 등 일감을 제공, 안정적인 건조물량 확보를 지원하는 내용이 있다. 아울러 설계 등 기술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협력 방안이 삼성중공업-성동조선해양 모두에게 '윈윈'이면서도 삼성중공업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하는 과정에서 5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투자한 금액을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현금 상환했지만 대부분은 출자전환하면서 대한조선 지분으로 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실질적으로 성동조선해양에 도움을 주는 부분은 '삼성' 브랜드를 통한 영업과 함께 일부 기술 및 경영 노하우에 국한될 전망이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의 블록을 납품 받으며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 역시 "삼성중공업에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은 수은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연내 성동조선의 유동성 부족에 대해서도 수은이 책임질 것"이라고 말해 삼성중공업에 부담을 줄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한편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 모두 향후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번 경영협력 협약은 4년을 기본으로 맺었으며 이후 3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붙었다. 업계에서는 7년이 지난 뒤 삼성중공업이 정상화된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상선부문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에 이덕훈 행장은 "수은이 성동조선을 계속 껴안고 있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고,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 시켜서 주인을 찾아주는 게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이라면서도 "이번 협약에서 인수합병 내용은 다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 역시 "현재는 성동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해야한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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