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중국발 위기설’ 믿을만한가?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2015.09.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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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계기로 서방언론에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설’이 난무하고 한국에서 이를 그대로 전제하는 바람에 중국에 당장 무슨 일이 난 것처럼 난리다. 중국의 환율절하, 수출경기 부양이 아니다. 중국 변신의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

이것이 중국의 위기인지 중국의 변신에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한국경제의 위기인지를 바로 봐야 한다. 서방의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설은 틀렸지만 전 세계 주요국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맞다.



경제위기가 생기면 나타나는 현상의 전형은 주가폭락, 환율폭락, 금리폭등이다. 중국증시가 37% 폭락했지만 이는 정부가 신용규제를 어설프게 하는 바람에 나타난 증시정책 실패 탓이지 경제상황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환율은 달러당 6.3~6.4위안에서 안정적이고 금리는 하락 추세다. 중국은 주가가 폭락했다는데 부도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단 1개도 없다. 그간 우리가 경험한 경제위기와 확연히 다른데도 한국에서는 중국이 경제위기, 금융위기라고 얘기한다.

중국은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도 7월까지 무역흑자가 3000억달러 넘는다. 중저가 품목에서 중국제품의 세계 경쟁력을 따라올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수출이 감소해도 연간 무역흑자가 5000억달러는 쉽게 넘어간다. 중국이 수출경기 부양을 위해 환율절하를 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을 한다면 중국의 무역흑자는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안화 절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환율의 시장화인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SDR통화로 위안화를 편입하는 전제조건이고 MSCI지수 편입을 위한 자본항목 개방의 전제조건이기도 한다. 그래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최근 중국은 환율시장화를 통해 4%가량의 위안화 절하를 했다. 이번 환율절하는 환율시장화 과정에서 나타난 조정이지 수출경기 부양책은 아니다. 위안화의 중심환율을 6.2위안대에서 6.3~6.4위안대로 올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지속적인 위안화 절하계획이 없음을 두 번이나 천명했다.

중국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4%를 가진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 국가다. 이런 중국에서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난다면 미국 이외 모든 나라에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왔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정부 의도가 강하게 들어간 것이다.

최근 5년간 미국이 QE(양적완화) 시리즈를 통해 4조달러 가까운 돈을 풀어 미국경기와 세계경기를 살렸지만 미국 QE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다. 중국이 보유한 4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은 미국의 QE 때문에 그 가치가 반 토막 났지만 중국은 말도 한마디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 중국은 과도한 외환보유고를 줄이는 작업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다. 지금 전세계 조 단위 이상의 M&A딜에는 전부 중국이 있고 M&A시장에서 최대 큰 손이다.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가 중국에서 실적악화 소식이 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발 경제위기에 쉽게 휩쓸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휴대폰회사, 자동차회사도 실적악화인지 잘 봐야 한다. 전 세계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세계 최대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정부의 국산화 지원정책에 힘입은 중국기업의 시장점유율과 실적은 일취월장한다. 중국발 경제위기가 아니라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준비가 안 된 한국기업과 경제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중국의 변화에 둔감하고 그 변화를 읽지 못해 당한 한국경제의 문제를 서방언론의 논조에 기대어 중국 핑계를 대는 것은 바보짓이다. 중국의 정책변화를 잘 봐야 한다. 중국에서 사업, 중국의 눈으로 봐야지 우리 식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당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경제의 획기적 변화는 30년간 중국의 성장 주도 부문이었던 수출과 제조업에 더 이상 목숨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가 GDP의 60%를 넘었고 수출목표를 GDP목표인 7% 보다 낮은 6%로 잡은 것이 반증이다. 문제는 중국이 소비 주도로 경제구조를 바꾸었지만 한국의 대중수출은 중간재 수출비중이 90%가 넘는다. 중국의 제조업 구조조정에 한국은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소비대국, 서비스대국으로 변신한 중국에 맞는 수출구조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잘 안 보이는 것이 문제고 그러면 2년 연속 대중국 수출의 마이너스가 끝이 아니라 서막이 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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