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 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주식시장이 작년말부터 이탈하기 시작해 겨우 상승추세로 전환되는가 싶더니 코스닥은 금년 상승분의 절반을 내 놓았고 코스피는 이미 작년말 보다 하락한 상태입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009년 바닥을 찍고 두 배 이상 상승한 상태에서 이제 하락 추세로의 전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패닉이 닥치면 일반투자자는 속수무책입니다. 기관투자자나 거액전문투자자는 소나기 피하듯 기다리거나 물타기라도 할 자금 및 시간상의 여유가 있지만 개미들은 여유자금도 없고 여유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특히 신용거래 중인 개미는 경우에 따라서 생활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어 이만저만 한 공포가 아닙니다.
A씨는 1년에 한번 1000만 원이 모이는대로 저축 삼아 주식을 사고 특별한 용도 외에는 팔지 않는 전형적인 바이앤홀드(buy and hold)형 투자자입니다. 2012년부터 ICT혁신이 심상치 않아 보여 코스닥 시장에 비전을 갖고 주식투자를 시작했으며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냥 코스닥 지수(코스닥ETF)에 투자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이 어찌나 나쁜지 지난 3년 내내 그가 하루 날 잡아 주식투자를 하는 날이 공교롭게도 그해 코스닥지수가 최고점에 달한 날이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7월21일 코스닥지수가 최고치에 올랐던 날 1000만 원을 코스닥ETF에 투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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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A씨는 운이 나쁜 주식투자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운이 나쁜 투자자 치고는 겨우 1.4%의 평가손실(60만 원)만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최근 폭락장을 고려하면 이 정도 평가손실은 손실 축에도 끼지 못하는 셈입니다.
A씨의 사례는 주식시장의 매매 타이밍을 잘 잡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축하듯이 여유 돈 생길 때마다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투자를 해 나간다면 어떠한 시장의 급등락에 불구하고 큰 실패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시장이 공포에 빠질 때 군중의 비이성적 행동패턴은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각 개인의 행동은 스스로 선택가능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평소의 투자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 한다면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A씨의 사례가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는 시장의 공포를 견디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