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美대사관 근방 불심검문…'과잉대처' 논란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김민중 기자 2015.08.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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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관/사진=머니투데이DB주한미대사관/사진=머니투데이DB


남북관계가 초긴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주한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경찰이 강도 높은 불심검문을 실시해 논란이다. 미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불심검문을 받은 시민들 사이에선 "지나친 것 아닌가"라며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1일 오후부터 경찰력 1개 중대를 미대사관 일대에 배치해 불심검문을 벌이고 있다. 검문 대상은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거동수상자 또는 차량으로 경찰관이 검문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은 이번 불심검문에 대해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이하 코리아연대) 등의 기습 시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코리아연대는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미대사관 앞에서 '북침선제핵타격 을지프리덤가디언 중단하라'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전단을 뿌리는 등 연달아 기습 시위를 벌여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습 시위를 대비한다는 이유로 일반 시민과 차량까지 불심 검문하는 것은 '과잉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근 중학동의 한 대형빌딩을 지나던 시민은 "경찰들이 지나가던 택시들을 일일이 세워 운전자를 검문하는 것도 모자라 트렁크까지 뒤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불심검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 관계자 스스로도 "특정한 시위 가능성의 첩보 등은 입수된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습시위 대비'가 표면적 명분이지만, 주말을 맞아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큰 불편이 수반되는 불심검문의 배경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이 무분별한 불심검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지난 4월에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 뱃지를 옷에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고등학생을 불심검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일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이번 불심 검문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불심검문은 경찰관직무직행법에 의거해 시행되지만, 받는 시민들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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