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학교 주변 원룸에서 생활하는 그가 매달 지출하는 월 임대료는 55만원(보증금 1000만원). 여기에 관리비 5만원과 전기·가스비는 별도로 납부한다. 기숙사에 들어갔다면 월 28만원(2인실 기준) 정도에 생활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70만원 정도 벌지만 월세와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매 학기 직전 대학가 주변 공인중개소들은 방을 구하는 학생들의 문의전화로 온통 난리다. 학교 기숙사 발표만을 기다리다 탈락해 급히 방을 구하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대학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국공립·사립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8.8%에 그친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13.8%에 불과해 재학생 10명 중 1명밖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사립대 중 서경대(0.0%) 광운대(1.6%) 한성대(3.0%) 동덕여대(3.2%) 홍익대(4.1%) 등의 기숙사 수용률은 0~4%대에 머물렀다. 성신여대(6.5%) 동국대(7.0%) 이화여대(8.3%) 숙명여대(8.7%) 등도 10% 이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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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한 학생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일반 재학생이 기숙사를 들어가긴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며 “과에서 10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지만 기숙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재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신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기숙사에 들어갔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최근엔 민자기숙사가 늘어나면서 기숙사비가 대학 주변 원룸 월세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1인실 기준 기숙사비는 월 62만원.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주변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만~50만원 수준이다. 건국대(55만6000원) 숭실대(50만9000원) 고려대(50만2000원) 등도 기숙사비가 50만원 이상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등은 경희대를 공공기숙사 건립 대상 학교로 선정하고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지역에서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는다.
임대인들도 나름의 고안책을 내고 있다. 경희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동부지역 대학 인근의 임대인들은 ‘주민기숙사 협동조합’이란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숙사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놓고 있다. 지난 1학기 첫 시범사업을 시작, 현재까지 80명의 학생이 이를 이용했다.
김광우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 위원장은 “학생, 정부, 임대인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을 텐데 서로 반목하며 문제를 푸는 것보다 근본문제를 찾는 게 필요하다”며 “기존 주민들이 가진 공실을 저렴하게 해 기숙사 못들어가는 학생들을 수용하면 어느 정도 상생이 되지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