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4無 장세' 불안심리 진정 조건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5.08.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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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극심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19일 증시에서 코스피의 고점·저점간 격차는 43포인트를 웃돌았다. 이달 들어 불과 12거래일 동안에만 장중 변동폭이 30포인트를 넘는 날이 3거래일에 달했다. 이날 코스피 저점은 지난 1월 하순 이후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코스닥의 변동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의 고점·저점 격차는 47.68포인트에 달했다.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폭락장세가 펼쳐졌던 이후 4년만에 가장 큰 변동폭이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상황이라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스피는 이미 지난 6일에 장기 이동평균선인 200일선(2010)을 하향돌파한 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도 지난 11일 60일선(735)을 하회한 지 4거래일만인 지난 18일에 120선(700~701)을 하향돌파했고 이날에도 장중 650선까지 밀리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200일선(646)과의 격차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2분기 실적시즌 종료로 내부적으로 증시상승을 견인할 요인이 사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장세를 4무(無) 장세로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승동력과 매수주체, 주도주, 방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내일의전략]'4無 장세' 불안심리 진정 조건


대외요인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미국 금리인상의 단서를 제공할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7월 회의록 공개가 임박한 데 따른 불안감이 증시에 드리워진 점이 가장 큰 우려요인이다. 중국증시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 중국경기 반등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증시엔 악재라는 평가다.

기관수급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에서 기관의 순매도규모는 1617억원으로 2000년 1월 이후 15년7개월만에 가장 컸다.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기계적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를 받아줄 만한 매수세가 약했다는 점이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기관 손절매 물량에다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코스닥 신용잔고 물량의 부담까지 더해지며 매물이 과도하게 나온 경향이 있다"며 "공매도 물량도 급증하는 등 수급에 부정적인 부분들이 일시에 반영된 탓에 수급구조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1910선에서 의미있는 지지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승장세에서 대형주가 소외된데다 이미 지난 4월 연고점(2173.41) 이후 11% 가량 조정을 받은 상황에서 1900을 하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소비 수혜 기대감에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던 코스닥은 추가조정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 이익확정치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코스피 저점을 1910선으로 제시했다. 낙관편향이 강한 증권가에선 주로 12개월 향후 전망치를 기준으로 PER(주가이익비율)이나 PBR 등 지표를 산출하는데 과거 확정치 기준 지표는 이보다 보수적이다. 그만큼 추가하락 여지도 낮다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다만 코스닥 저점이 620선까지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닥이 상승한 만큼 중국증시의 조정폭이 코스닥 저점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증시가 6월 고점 대비 62% 가량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코스닥도 올해 고점 대비 비슷한 수준의 조정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상승분의 62%를 반납할 경우 코스닥지수의 수준은 620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코스피 수급개선 징후가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날 오후 1시50분까지만 해도 코스피에서 기관은 1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했으나 정규장 종료까지 1시간 동안 매수세가 급격히 몰리며 1700억원 가까운 순매수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증권사)발 비차익매수를 중심으로 기관 수급구조가 급격히 개선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2170선에서 1900선까지 밀리며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레버리지ETF의 LP(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ETF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코스피 현물을 사들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시장전반에 걸쳐 투심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저점인식이 점차 강해지면서 개인의 ETF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코스피가 1900을 뚫고 180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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