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2015.08.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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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의 모바일인사이드]<22>'공짜' 마케팅, 성공하려면 고민과 혁신 필요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누르는 데는 두 가지 전략이 있었다. 하나는 개방성, 둘째는 공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거물인 e베이를 중국에서 몰아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무료입점이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의 야후 몰이 ‘입점료·결제 수수료 제로’라는 파격 선언을 했다. 일본에서 제일의 전자상거래 마켓이 되고 아마존 재팬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있다. 다음카카오를 만든 카카오톡은 무료 메신저였다. 빠르게 국민들의 소통 채널이 된 이유다.



이런 예는 너무도 많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업이 돈을 받지 않으면 망해야 하지만 기업은 건재할 뿐 아니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구글은 소비자에게 돈을 받지는 않지만 기업 광고를 받아 그들에게서 돈을 만들어내고, 타오바오 또한 광고 마케팅 지원과 결제를 상점에 제공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우아한 형제의 서비스 ‘배달의 민족’이 결제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지난 1년 평균 9.5% 수수료였다. 매출의 30%를 포기하는, 과감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 하지만 앞서 카카오택시는 탑승 수수료를 네이버는 네이버 페이와 스토어 팜의 수수료를,삼성은 삼성페이 수수료를 모두 ‘제로’ 선언했다.

그렇다면 다른 면을 보자. 애플의 공짜 양질의 앱을 쓰려면 애플 폰을 사야 한다. 링크드인의 기능을 공짜로 사용하지만, 상세정보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하물며 지금은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진 전철의 무가지 무료신문에도 기업 광고는 유료였다.
카카오톡 내 무료게임도 더 재미를 느끼려면 실행 중 아이템을 유료 구매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에 ‘공짜는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이를 보조금 모델이라고 하는데 제로의 대가는 초기에 해당 기업에서 내는 것이다. 투자의 개념이다.


또 가입자가 많아지거나 목적이 달성되면 광고가 많아지고 다양한 수수료는 그 속에 녹아 들어가게 된다. 결국, 광고주가 무료 대가를 내는 셈이다. 공짜 속에는 고객이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게 도움을 주고 광고 단가 상승에 기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고객의 기여가 기업 가치를 높여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로가 이익이 되는 진정한 상생이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제로선언을 한 후, 새로운 TV 광고와 할인행사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 경쟁업체들은 할인과 수수료율, 고객혜택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경쟁의 재 시작이며 관련 비즈니스의 진보이다. 또 O2O(online to offline)의 다른 업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수수료 제로 모델은 더 많은 고민과 새로운 혁신, 섬세한 고려사항들이 필요하다. 의지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 공짜 제공 시 기업은 얻어가야 할 것들을 반드시 계산하고 염두에 둬야 한다. 충성고객에게 혜택이 가도록 신중하게 생각하고 설계해야 한다. 무료와 연계할 수 있는 신상품이나 소비재에 대한 준비, 더 중요한 것은 목적달성까지의 든든한 체력이 전제돼야 한다. 경쟁사의 체력과 경쟁우위를 따져보고 실행하는 이유다. 이런 사항들이 점검되지 않는 무료실행의 결과는 사업 쇠락을 가져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10년간 지지부진하던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에서, 성공과 실패는 ‘공짜’라는 심리에 의해 판가름났다. 10년을 지키던 트로이가 목마가 공짜가 아니었으면 그것을 받아들였을까. 공짜에는 반드시 큰 덫이 있다. 잘만하면 그리스와 같이 엄청난 승리를 얻겠지만, 잘못하면 트로이와 같이 패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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