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기술간담회 끝내 무산…진상조사 '안갯속'

머니투데이 박소연 김승미 기자 2015.08.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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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보)여야 '자료' 이견 커, 현장검증·상임위 일정도 '미정'…진상조사 동력 잃을수도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정보위 간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1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정보위 간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1


국가정보원 해킹의혹을 풀기 위해 여야가 열기로 합의했던 6일 기술간담회가 끝내 무산되면서 향후 국회의 해킹의혹 진상조사 일정이 또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오늘 오후 2시에 예정된 기술간담회는 무산됐다"며 "조건이 갖춰지면 광복절이든 추석이든 일요일이든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번 기술간담회는 핸드폰 사찰 논란 진상 규명을 위한 전단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인) 임모 과장의 죽음과 파일 삭제 등을 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핸드폰 사찰의 근본문제에 대한 눈 돌리기를 위한 속임수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담회 무산의 책임이 국정원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여당과 국정원은 야당이 전문가 선정 통보를 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할텐데, 이미 선정은 이뤄졌지만 자료 요구가 국정원에 의해 두번 거부됐기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 무산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달 28일 여야는 여야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여야가 2명씩 추천한 민간인 전문가와 국정원측 전문가가 국정원을 방문해 지난 27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발표한 파일 삭제와 복구 관련 설명을 듣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간담회 개최 합의 직후부터 전제조건으로 내건 6개 요구사항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조건부 불참'을 선언했다.

6개 요구사항은 △삭제한 하드디스크 원본 △삭제한 시스템이 파일인지 몽고DB(MongoDB·비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일종)인지 여부 △삭제한 것이 PC인지 서버인지 여부 △삭제한 데이터 용량 목록 로그기록 △복원한 데이터의 용량 목록 로그기록 △ 삭제 하지 않은 데이터 용량 목록 등 4가지 자료와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신경민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정원의 2차 답변서를 공개하며 "지난달 31일 1차 답변서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며 간담회 참석 여부는 6일 오전 밝히겠다. 6일 오후 2시 간담회는 불변의 진리는 아니며 언제든 (자료 제출만 하면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킹의혹을 규명한 핵심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은 야당은 '이대로 가봤자 국정원과 여당의 들러리가 된다'는 의견과 '간담회 약속을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 끝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막판까지 기술간담회 무산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5일까지 사실상 마감인 민간인 기술자를 추천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을 내부적으로 확정지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당에서도 기술간담회 무산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날로 예정됐던 국정원 현장 기술간담회가 무산됐다고 보고했다.

조 원내수석은 "야당이 국정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간담회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인 반면 국정원은 야당이 요구한 6개 자료 중 1번 원본과 6번을 제외한 그 외 다 제공하겠다고 한다"며 "빠른 시간 내에 국정원 전문가 기술간담회가 이뤄지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해킹의혹 진상규명의 구심점으로 여겨진 기술간담회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해킹정국'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야당과 여당 모두 언제든 기술간담회를 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야당이 국정원에 요청한 자료 중 일부는 국정원에서 끝까지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빠른 시일 내에 국정원 기술간담회가 개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당이 제안한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현장조사와 상임위 회의 개최 여부도 미지수다. 여당은 간담회가 늦어질 경우 의원들끼리 먼저 현장검증을 한 후 전문가 기술간담회를 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명확한 자료나 설명 없는 '보여주기식' 현장검증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특검이나 국정감사까지 이 사건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킹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등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야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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