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려면

머니투데이 장윤옥 테크M 편집장 2015.08.0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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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일까.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냐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정도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겠다. 수요가 많은 직업에 점수를 줄 수도 있고, ‘적성에 잘 맞고 좋아하는 직업이 최고’라는 교과서 같은 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기호나 가치관에 따라 직업을 택하는 기준은 다르게 마련이어서 좋은 직업에 대한 모범답안은 영원히 만들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환경 변화에 따라 직업에도 흥망성쇠가 있고 사람들의 진로나 선호도 역시 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베토벤도 지금 이 세상에 있다면 작곡가가 아닌 애플뮤직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의 대표가 됐을지 모른다. 개인의 소질이나 재능이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현시키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과연 어떤 직업이 각광받을 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개인의 적성과 재능까지 고려하려면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의사나 변호사 등 소위 전문 분야라고 여겨졌던 직업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픈 법조문이나 최신 의학지식을 일일이 외우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알맞은 사례를 바로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그럼 최신 기술을 가장 빠르게 접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어떤 직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할까. 기술 매거진 ‘테크M’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금 스무 살이라면 어떤 직업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는 ‘로봇 개발자’였다. 이번 결과만을 보고 트렌드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열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다소 비현실적인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당장 현실에서는 개발자들의 처우가 그리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응답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희망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답변에 수긍이 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나 연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순히 개발 그 자체에 만족하는 직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중요한 도구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직업으로서의 전망 못지않게 자신의 취향이나 적성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이 같은 경향은 “자녀에게 어떤 직업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더 뚜렸하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술이나 작가 같은 창의적인 직업이나 창업 등 도전적인 직업을 추천했지만 한결같이 ‘적성이나 보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같은 CEO가 되겠다고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거나, 변호사가 될 것이라며 법 관련 서적만 들여다보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찾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앞으로 미래는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고 필요한 경험이나 지식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속도는 앞으로 겪을 변화에 비하면 지금까지 겪은 속도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이를 고려하면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방향을 섣불리 예측, 미래를 결정하고 뭔가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 다른 사람들과 잘 협력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 우리 젊은이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준비다. 미래에는 “하나의 직업에 승부를 걸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시대”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도 이같은 맥락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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