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25g 마스크팩이 12만톤 플랜트와 같은 시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08.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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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산성앨엔에스, 시가 총액 1.3조로 동일...산업 트렌드 변화를 대변

경남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벽에서 초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4기가 건조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경남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벽에서 초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4기가 건조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세계 3위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의 시가총액이 1조3280억원(7월31일 기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스크팩으로 인기를 끈 화장품업체 산성앨엔에스 (3,555원 ▲45 +1.28%)와 단 10억원 차이로 앞서는 수준입니다. 연 매출 16조원의 조선기업과 1200억원의 화장품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같은 기업 가치로 평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1980년 옥포조선소를 완공으로 본격적인 조선사업을 시작한 대우조선은 한국 경제 성장의 궤와 같이했습니다.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부침이 있었으나 2001년 LNG선 수주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정상급 조선소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재 호황이 지속되자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2007년 7월 금융위기로 산업재 버블이 끝나기 직전 대우조선은 시총 11조5000억원(시총 순위 15위)으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급락했으나 2010년대 들어서며 중국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다시 주가가 상승해 2011년 4월 시총 8조700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은 시총이 40조원에 달했습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과거 저가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수조원의 부실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내려앉았습니다. 대우조선은 2분기 3조원의 부실이 드러나며 한달 사이 주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다른 조선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2011년 7.86%였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9,390원 ▼40 -0.42%), 대우조선의 시총 비중은 최근 1.71%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는 지난해부터 급성장했습니다. 특히 산성앨엔에스는 마스크팩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지난해 초 이후 주가가 20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25g의 마스크팩 하나로 12만톤의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대우조선과 맞먹는 기업가치를 만든 것입니다.

산선앨엔에스 외에도 아모레퍼시픽 (168,700원 ▼4,700 -2.71%)(34조원), 아모레G (33,200원 ▼400 -1.19%)(15조원), LG생활건강 (432,000원 ▲6,500 +1.53%)(13조3000억원) 등 화장품 기업들도 급성장해 현대중공업의 시총을 추월했습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시총 순위 5위에 올라 전성기 시절 현대중공업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선 기업들의 실책도 문제지만 산업의 판이 바뀌었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중국의 소비문화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분간은 산업재보다 소비재가 주식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상입니다. 산업재의 시대가 가고 소비재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세상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보여준다"며 "소비재 기업의 성장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산업계의 변동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동차, 조선과 같은 기업들은 이제 개별적인 실적보다는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며 "성장기에서 벗어난 만큼 당분간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도 않고, 상승 모멘텀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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