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짜리' 카톡 보낸 기자…경찰, 정보공유에 '불법' 딱지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5.07.3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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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무단도용' JTBC+타사 기자 2인도 동반 기소…언론 자유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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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의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도용 방송한 혐의로 경찰이 JTBC 관계자 등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한 가운데, JTBC 소속이 아닌 기자 2명이 포함돼 논란이다.

지난 2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6·4 지방선거에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만든 출구조사 결과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59) 등 1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사건의 쟁점은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JTBC는 방송3사 중 출구조사를 가장 빨리 송출한 MBC의 보도가 나온 후 '인용' 보도해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의 시점은 방송 송출 시간이 아닌 JTBC의 방송 시스템에 출구조사 데이터를 입력한 시점으로 봐야 해 '인용보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기소 여부는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JTBC 소속이 아닌 언론사 소속의 김모(38), 김모(30·여) 기자에 대해서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점이다.



두 기자의 혐의는 취득한 출구조사 결과를 JTBC 기자에, "누설"했다는 것. 선거 당일 김 기자(38)는 평소 활동하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방송3사의 조사 결과를 취득한 후, 이를 다른 김 기자(30·여)에게 전달했으며,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다른 대화방(마이피플)에 오후 5시32분 게시했다. 마이피플 대화방에 있던 JTBC 이모 기자는 이 정보를 회사에 보고했다.

경찰은 두 기자에 대해 "출구조사 결과가 거액의 비용을 들여 만든 방송3사의 중요한 자료임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JTBC 관계자와 함께 활동하는 대화방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누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는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어 (방송3사에) 손해를 끼칠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서 "두 기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이 자료가 어떻게 사용될지는 몰랐어도, 제3자에 대한 누설로 인해 자신의 정보 습득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는 등의 부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후에) JTBC의 방송에 사용됐기 때문에가 아닌, 누설로 인해 기소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의 판단을 두고 언론계와 정치권에선 비판 여론이 제기된다. 언론사 기자들이 모바일 메신저에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보도시점(엠바고)을 정하는 등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일상적인 취재활동 중 하나인데, 이를 '영업비밀 누설'로 판단해 기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출구조사 결과가 기자는 물론 의원·당직자·보좌관 등에게 미리 전파되는 것은 과거부터 '관행'처럼 비일비재했던 일인데, 단순 공유·전달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한 종합일간지 국회 출입기자는 "선거 때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회 기자로서 취재력 측면에서 '낙제'"라며 "이번에는 JTBC의 보도에 방송3사가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진 것인데, 전혀 관련없는 타사 기자를 기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최초 유출 경로를 찾아내지 못한 탓에 단순 '공유'에 그친 기자들을 옭아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김 기자(38)의 휴대폰에 대해 포렌식을 실시했지만 복구에 실패해 출구조사 결과의 취득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고, 단체채팅방에서 '공유' 받은 다른 기자들의 휴대폰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과 법원에서 연거푸 기각당했다. 당초 출구조사가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 끝내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또 다른 국회 출입기자는 "과거엔 방송사 소속 기자가 자사 출구조사 결과를 타사 동료에게 귀띔해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알만한 경찰이 타 언론사 기자들을 처벌하려는 것은 JTBC 기소를 위해 어떻게든 '출처'로 끼워넣으려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보 취득이나 공유 과정자체를 불법의 영역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언론의 역할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과 공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단순히 법리적인 문제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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