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성장, 콘텐츠에 답이 있다

머니투데이 테크M 임혜지 인턴기자 2015.08.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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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쇼 E3의 올해 화두는 ‘가상현실’이었다.세계 최대 게임쇼 E3의 올해 화두는 ‘가상현실’이었다.


‘오큘러스 리프트’, ‘삼성 기어VR’, ‘소니 프로젝트 모피우스’, ‘구글 카드보드’….
다양한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영상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져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콘솔 연결형 기기들은 보통 200~400달러 안팎이다. 스마트폰을 장착해 가상현실(VR) 기능을 덧붙이는 구글 카드보드는 3000원에서 1만 원 정도에 구입, 손쉽게 조립해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VR 시장에 가세할 경우 HMD 평균 가격이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가격 하락에 따라 보급률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VR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VR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IHS의 게임분석가 피어스 하딩롤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이엔드 헤드셋들이 출시됨에 따라 앞으로 1년 이내에 콘텐츠 시장 역시 더 활발해지고 상업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VR 콘텐츠가 활발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게임 분야다. 그동안은 산업용이 아닌, 일반 소비자용 VR 기기를 양산하는 것이 쉽지 않아 게임 분야에서 VR 활용이 힘들었다. 하지만 오큘러스VR이 400달러 안팎의 HMD를 선보이는 등 기기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게임 개발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가 올해 화두를 VR로 잡았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올해 E3는 처음으로 VR 전용관을 따로 마련해 다양한 업체의 VR 게임을 선보였다.



유명 게임회사인 CCP, 캡콤, 세가, 유비소프트, 인섬니악, 반다이남코 등은 이미 VR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계획을 일축한 닌텐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시류에 올라탄 상황이다. 특히 게임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면서 게임 콘솔도 보유한 소니의 행보가 흥미롭다. 소니는 자사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호환되는 VR 장치 프로젝트 모피우스를 2016년 공개할 예정이다.

VR 콘텐츠는 이밖에도 교육・훈련・체험 시뮬레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상캠퍼스투어’다. 미국의 경우 예일대 등이 시도한 바 있으며, 가상캠퍼스투어 콘텐츠 전문 제작업체도 생겨났다. VR투어 콘텐츠 개발업체 유비짓(You Visit)은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등 여러 대학의 캠퍼스투어를 제공한다.

VR 콘텐츠 중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가 몰입 저널리즘이라고도 불리는 ‘VR저널리즘’이다. 지난해 VR 콘텐츠 개발사 엠블러매틱그룹이 ‘프로젝트 시리아’라는 VR저널리즘 콘텐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프로젝트 시리아는 HMD를 장착하고 시리아 내전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체험하는 VR 콘텐츠다. 이밖에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BBC가 VR저널리즘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 내전 상황을 VR 애니메이션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 시리아’의 한 장면시리아 내전 상황을 VR 애니메이션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 시리아’의 한 장면
최근 우리나라도 재난・소방훈련이나 캠퍼스투어 등의 시뮬레이션 콘텐츠가 조금씩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VR 콘텐츠의 태동기에 접어들었다. 클릭트가 지난해 공개한 ‘VR뮤지엄’ 시리즈, 넥스브레인이 올해 선보인 ‘슈퍼서바이버: 화재에서 살아남기’, 경운대학교가 최근 공개한 ‘경운대 가상캠퍼스투어’ 등이 대표적이다.

VR뮤지엄은 삼성 기어 VR용 교육 앱으로, 다보탑, 석가탑 등 6곳의 경주 문화유적지를 소개하는 콘텐츠다. 현장을 단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탑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애니메이션까지 제공하는 등 VR 콘텐츠만의 장점을 살렸다.

경운대의 가상캠퍼스투어는 경운대 내 정규수업인 ‘프로젝트랩’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로, 앱을 내려 받고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하면 경운대 캠퍼스의 실제 모습을 2K(2048×1080픽셀)의 해상도로 볼 수 있다.

정부도 VR 콘텐츠 육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월 발표한 ‘스마트미디어 시범사업’에 가상현실 콘텐츠 지원과제를 포함시켰다. 미래부는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지원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정삼 미래부 디지털콘텐츠과장은 “소비자가 놀랄만한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매우 많은 자본이 든다”며 “중소기업들도 VR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자금이나 해외 네트워킹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경운대학교 가상캠퍼스투어 앱 화면.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해 정문, 운동장 등 학교 내부를 2K 화질로 볼 수 있다. 하단의 화살표를 몇 초간 응시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경운대학교 가상캠퍼스투어 앱 화면. 구글 카드보드를 이용해 정문, 운동장 등 학교 내부를 2K 화질로 볼 수 있다. 하단의 화살표를 몇 초간 응시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시장 선점 중요…VR 콘텐츠 도전해야”
최근 게임 분야에서도 모바일용 VR 슈팅 게임 ‘모탈블리츠’를 공개한 스코넥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일부 기업이 VR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기업은 아직까지 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관련 기업들이 아직 VR의 시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하드웨어(HMD) 틀이 제한적이어서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이제 VR시장을 이끌어갈 주역이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VR 콘텐츠를 개발하기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또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많은 개발사, 특히 중소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VR 시장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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