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사람 맘의 선악의 무게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5.07.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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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사람 맘의 선악의 무게


초등학교 5학년 조카가 학교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용도는 컵인데 손잡이 대신 두 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하나는 푸른색, 그리도 또 하나는 검은색이다. 컵 몸통의 색깔 역시 초록과 검정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쪽에는 천사를 뜻하는 이니셜 A(angel)가, 다른 한 쪽에는 악마를 뜻하는 D(demon)가 새겨져 있다.

조카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날개를 자세히 보니 D쪽 날개의 색깔은 양쪽 모두가 검은 반면 A쪽 날개는 한쪽 면만이 푸르고 다른 한쪽은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유인 즉 인간 안에는 천사 같은 면과 악마 같은 면이 있는데 한쪽 날개의 반의 비율만큼 악이 좀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고로 세상에도 착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년을 산 아이의 세상에 나쁜 사람이 더 많게 보인다는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착한 사람이 더 많을 거라며 조카를 설득했다. 조용히 내 설명을 듣고 난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한번 생각해 볼게.”

그 이후로 범죄 사건이나 이권 다툼으로 싸우는 정치, 사회 기사 등을 볼 때는 물론, 사소한 인간관계에서조차 이기적이거나 배려를 모르는 상대, 또는 내 안에 내재되어있는 욕망과 화를 마주할 때마다 조카의 작품이 생각난다. 나를 포함한 인간은 과연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악한 존재일까?



오래 전부터 인간은 이 두 가지를 고민해 왔다.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이후 ‘원죄설’을 들어 인간은 죄를 가진 존재라 불렀고, 동양에서는 순자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으며 맹자는 그 반대인 성선설을, 그리고 고자는 선도 악도 없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했다. 물론 그 어떤 것도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악’이 아닌 ‘선’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환경에 의해, 교육에 의해,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따라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무게가 변한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카가 만든 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컵은 아직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다. 그래, 그 안에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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