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자퇴, 절간 수행…"학창시절 방황이 사업의 원천"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5.08.0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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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공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받은 수학 성적은 24점. 공부법은 모르겠는데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포기가 안 되니 죽을 맛이다. 엄마마저도 '허지원이 대학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며 나의 실패를 장담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난 인간일까. 학교를 떠나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걸까.'

허지원(35) 지원인스티튜트 대표는 자신이 한영외고 재학생이었던 20여년전, 자퇴 여부를 놓고 치열히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전교 학생회장으로서의 책임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고3 1학기, 학생회장 임기를 마친 그는 학교를 떠났다. 갈 곳 없는 자퇴생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와중에 학원부터 산중의 절까지, 안 가본 데 없이 방황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2년 후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당당히 서울대 철학과 00학번으로 입학한 것이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지금은 졸업 후 본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닮은 중·고생들을 보듬는 '지원인스티튜트'를 설립, 운영 중이다.

지원인스티튜트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서울 역삼동 모처에 위치한 지원인스티튜트 사무실에는 직원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10여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죽치고 앉아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허 대표는 "이 장소가 사무실 겸 지원인스티튜트 센터 1호점"이라고 소개했다. 또 "지원인스티튜트는 '교육기업'이 아닌 '성공솔루션 플랫폼'"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던졌다.



"지원인스티튜트를 찾는 학생들은 주로 공교육 제도 하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를 나온 아이들입니다. 쉽게 말하면 엄마도 손 놓은 '문제아'들이죠. 저희는 이들에게 성공의 비전을 보여주고, 학습 동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또 이들의 성공 사례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로드맵도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지원인스티튜트 팀원 네 명은 학생들의 형, 누나가 돼 친밀히 소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계기를 심어주는 원리도 간단해요. '돈 잘 벌려면 수학 잘해야지', '좋은 대학 가서 예쁜 여자친구 사귀어보고 싶지 않아?' 등 단순하지만 그 나이 대 아이들에게 '먹히는' 얘기를 해줍니다."(웃음)

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허 대표가 처음 사업을 구상한 계기는 대학 시절 자폐증 있는 중2 여학생을 과외하면서부터였다. 부모의 이혼을 겪으면서 말문을 닫았던 학생이 허 대표에게 마음을 열고 공부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성장'을 이끄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군 복무를 끝낸 2010년부터는 아예 법인을 설립하고 이와 관련한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교재만으로는 사람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게 지금의 지원인스티튜트 센터다.


지원인스티튜트는 현재 소수의 남학생만을 대상으로 센터 회원을 모집 중이다. 허 대표는 학생 면접 인터뷰 후 입회를 직접 결정한다. 그가 말하는 회원의 자격 조건은 '열정'과 '자질'이다.

"학생을 뽑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자신이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남학생의 경우, 동기가 바로 서면 성장하는 것은 금방입니다. 향후엔 이 성공솔루션 모델을 성인이나 여학생에게도 적용할 계획입니다만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선 변화 효과가 확실한 남학생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인스티튜트에 온 학생들은 크게 동기-학습-진로 컨설팅 세 단계의 프로그램을 밟게 된다. 학습 컨설팅 단계에서는 스포츠, 외국어, 과학기술, 예술, 독서 5개 소양을 키우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알려준다. 허 대표는 "원치 않는 공부도 무조건 해야 하는 학교나 학원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각 학생의 수준에 맞는 로드맵을 개별 설계하고 관련 제반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상담은 지속적으로 병행한다. 허 대표는 "센터에 들어온 후에도 엄마와 크게 싸우거나 가출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도 있다"며 "저도 사람인지라 집 나간 학생을 붙잡고 훈계하면서 욕도 하고 화도 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하는지, 이런 일이 있고 나면 학생들은 지원인스티튜트에 더 큰 신뢰를 보낸다.

허 대표는 이 같은 노력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어찌 보면 실행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아이들의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만 이끈다면 분명 몇 배 큰 성과가 날 거예요. 한국의 미래는 인적 자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끼는 노력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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