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산 집, 집값 떨어지면 빚 탕감"…실제론 어렵다, 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5.07.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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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범 실시 '유한책임대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로 확대 가능성 낮아

정부가 12월부터 주택도시기금 대출에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을 시범 도입키로 하면서 일반 은행권 상품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반응을 보아가며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확대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통해 12월에 '유한책임대출', 이른바 비소구대출을 시범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소구대출은 '부도 발생시 채무자의 상환 책임을 해당 담보물로 한정하는 대출'이다.



가령 3억원 짜리 주택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집값이 1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채무자는 1억5000만원짜리 집만 넘기고 나머지 5000만원의 채무는 탕감받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일정 소득 및 주택가격 이하 기준으로 대상을 구체화하고 대상물건 심사방식, 사후관리 규정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디딤돌대출 이용자 중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자 입장에선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금융기관과 분담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일반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로까지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시중은행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비소구대출이 △실제적 효과가 없고 △투기적 수요와 채무자의 모럴헤저드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졌을 때 채무자의 파산을 막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실제로 그 정도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제한돼 있어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려면 30% 이상 가격이 폭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투기적 수요, 모럴 헤저드 문제도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손해를 봐도 집만 날리면 된다는 점에서 투기 목적의 주택구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비소구대출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일부 주(州)의 경우 다른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비소구대출의 연체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집값 하락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대출금리를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운용하는 도시주택기금이 아니면 금리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상품 정도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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