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1만원대'였던 주식, 지금은 '30만원'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백지수 기자 2015.07.21 09:13
글자크기

주가 수직상승에 애널리스트들 '목표가 상향' 급급

"3년 전 1만5000원이던 주식이 30만원까지 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샘 (56,600원 ▲100 +0.18%)이 지난 20일 장중 31만9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20일,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자조했다. 한샘은 2013년 초까지만해도 1만5000~2만원을 오가며 증권사의 정식 분석 보고서 한 장 없던 소외주였다.

그런데 주택 노후화로 리모델링붐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수는 2012년 기준 1766가구, 이중 47%가 20년 이상 된 집들이다. 마루도 뜯고(이건산업, 동화기업), 주방도 고치고(한샘, 에넥스, 현대리바트, 하츠), 욕실(대림 B&CO)도 바꾸면서 헌집에서도 새집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것.



특히 한샘은 지난 17일에 2분기 영업이익이 385억1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고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날 주가가 7.92%가 급등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앞다퉈 목표주가 상향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3개월만에 한샘 목표주가를 23만원에서 36만원으로 높였고,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도 34만원까지 목표주가를 올렸다. 목표주가가 미래주가를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 급등에 목표주가가 끌려 올라가는 상황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주가 상승률에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주가를 분석하는 지표들은 무용화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올리면서도 PER을 35배로 유지시키기 위해 이익 기준을 기존 '1년 예상'에서 '2년'으로 늘렸다. 여타 증권사들은 40~50배에 이르는 PER을 용인하고 있다.



한샘뿐만이 아니다. 최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메디톡스의 목표주가를 2~5개월만에 기존 44만원, 48만원에서 64만원, 66만원으로 급격히 상향조정했다. 오리온에 대해서도 대신증권이 4개월만에 목표주가를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이 115만원에서 6개월만에 160만원으로 높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오스템인플란트에 대한 목표주가도 5개월만에 기존 6만원에서 8만원으로 올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예측해 목표주가를 설정해야 하는데, 주가에 떠밀려 목표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주가가 분석의 영역을 떠나 애널리스트들이 할 일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무작정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중소형주에 매수세가 쏠리면서 '가는 주식이 더 가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대형주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몰리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증시에서는 밸류에이션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주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중소형주들의 2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이달 말~8월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 부장도 "저금리 시대에는 유동성에 힘입어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들이 더욱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는 이러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