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56,600원 ▲100 +0.18%)이 지난 20일 장중 31만9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20일,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자조했다. 한샘은 2013년 초까지만해도 1만5000~2만원을 오가며 증권사의 정식 분석 보고서 한 장 없던 소외주였다.
그런데 주택 노후화로 리모델링붐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수는 2012년 기준 1766가구, 이중 47%가 20년 이상 된 집들이다. 마루도 뜯고(이건산업, 동화기업), 주방도 고치고(한샘, 에넥스, 현대리바트, 하츠), 욕실(대림 B&CO)도 바꾸면서 헌집에서도 새집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것.
상식을 뛰어넘는 주가 상승률에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주가를 분석하는 지표들은 무용화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목표주가를 36만원으로 올리면서도 PER을 35배로 유지시키기 위해 이익 기준을 기존 '1년 예상'에서 '2년'으로 늘렸다. 여타 증권사들은 40~50배에 이르는 PER을 용인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예측해 목표주가를 설정해야 하는데, 주가에 떠밀려 목표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주가가 분석의 영역을 떠나 애널리스트들이 할 일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무작정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중소형주에 매수세가 쏠리면서 '가는 주식이 더 가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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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대형주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몰리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증시에서는 밸류에이션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주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중소형주들의 2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이달 말~8월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 부장도 "저금리 시대에는 유동성에 힘입어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들이 더욱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는 이러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