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새 주인 찾았다 "이제는 다시 뛰자"(종합)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5.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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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삐삐 생산업체서 세계 휴대폰 5위까지… 매각 3차례 무산 끝에 법원 '쏠리드-옵티스'에 매각 허가

팬택 상암사옥팬택 상암사옥


이제는 다시 뛰자. 어두운 표정이 가득했던 서울 상암동 팬택 R&D 센터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3차례의 매각 불발 끝에 청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지배했던 팬택이 결국 새주인을 맞게 된 것.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허가를 받아, 인수합병(M&A)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때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출근하던 팬택 R&D센터에는 이제는 100여명도 되지 않는 직원만 남았지만, 남아있는 팬택 직원들은 이제 '어제의 용사'들을 다시 만날 날이 다가올 수 있다는 기대심에 부풀었다.

이번 투자계약에 따라 회생계획안이 작성되어 법원에 제출되면, 법원은 조속히 관계인집회를 개최해 회생계획안 인가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팬택 창업에서 매각까지 /디자이너=김지영팬택 창업에서 매각까지 /디자이너=김지영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무선호출기 사업을 위해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1997년에는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고,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에는 SK텔레텍을 인수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 3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해외 사업에도 열을 올려 세계 5위 휴대폰 생산업체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팬택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결국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 팬택은 발 빠른 제품 개발을 통해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됐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도 14%까지 끌어올리며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2012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3위 사업자였던 팬택에 암운이 드리웠다. 결국, 박병엽 부회장은 2013년 9월 자신이 창업한 팬택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법정관리 이후 법원은 모두 3차례의 매각을 추진했다. 공모도 진행했고, 수의계약도 해봤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팬택은 파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5월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전 직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법원의 청산 결정만을 남겨 놓은 듯했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팬택은 인수희망자 찾기를 계속했다. 청산 결정을 앞둔 사이에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 옵티스 컨소시엄이 매각을 위한 M&A를 맺고 법원의 허가를 기다렸다. 법원도 이를 수락하며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옵티스는 삼성 출신의 이주형 대표가 설립한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5995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한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옵티스 컨소시업에는 옵티스 외에도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쏠리드가 참여하기로 했다. 쏠리드는 이날 팬택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에 6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법원이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를 허가하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팬택 매각 본계약 체결 소식을 접한 한 임원은 "오후 늦게야 나온 소식을 모두가 초초하게 기다렸다"며 "오랜 기다림 끝에 찾은 기회이니 다시 팬택이 부활해 비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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