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R&D센터
팬택 직원들은 법원의 허가 소식을 초조함 속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층 밝아 보였다. 이전과는 달리 인수 주체의 정보도 명확하고, 계약에 대한 의지도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출근하던 팬택 사옥에 남아있는 직원은 100여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뛸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결국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 팬택은 발 빠른 제품 개발을 통해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됐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도 14%까지 끌어올리며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법정관리 이후 법원은 모두 3차례의 매각을 추진했다. 공모도 진행했고, 수의계약도 해봤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팬택은 파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5월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전 직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법원의 청산 결정만을 남겨 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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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팬택은 인수희망자 찾기를 계속했다. 청산 결정을 앞둔 사이에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 옵티스 컨소시엄이 매각을 위한 M&A를 맺고 법원의 허가를 기다렸다. 법원도 이를 수락하며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옵티스는 삼성 출신의 이주형 대표가 설립한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5995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한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옵티스 컨소시업에는 옵티스 외에도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쏠리드가 참여하기로 했다.
법원이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를 허가하면, 옵티스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디자이너=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