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팬택 "좌절 딛고 다시 뛰자"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5.07.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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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 속에 법원 매각 허가 기다려

팬택 R&D센터팬택 R&D센터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는 출근길이다.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2013년 9월 이후 대량 무급휴직과 사직으로 2년 가까이 무거운 출근을 해야 했던 팬택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다.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년 만에 팬택의 구세주가 돼줄 옵티스와 본계약이 체결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17일 오후에 팬택의 매각 계약 허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팬택 직원들은 법원의 허가 소식을 초조함 속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가는 직원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층 밝아 보였다. 이전과는 달리 인수 주체의 정보도 명확하고, 계약에 대한 의지도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출근하던 팬택 사옥에 남아있는 직원은 100여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뛸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였다.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무선호출기 사업을 위해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1997년에는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고,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에는 SK텔레텍을 인수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 3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해외 사업에도 열을 올렸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팬택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결국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 팬택은 발 빠른 제품 개발을 통해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됐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도 14%까지 끌어올리며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2012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3위 사업자였던 팬택에 암운이 드리웠다. 결국, 박병엽 부회장은 2013년 9월 자신이 창업한 팬택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법정관리 이후 법원은 모두 3차례의 매각을 추진했다. 공모도 진행했고, 수의계약도 해봤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팬택은 파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5월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전 직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법원의 청산 결정만을 남겨 놓은 듯했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팬택은 인수희망자 찾기를 계속했다. 청산 결정을 앞둔 사이에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 옵티스 컨소시엄이 매각을 위한 M&A를 맺고 법원의 허가를 기다렸다. 법원도 이를 수락하며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옵티스는 삼성 출신의 이주형 대표가 설립한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5995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한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옵티스 컨소시업에는 옵티스 외에도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쏠리드가 참여하기로 했다.



법원이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를 허가하면, 옵티스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디자이너=김지영/디자이너=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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