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위, 삼성합병 '찬성' 사실상 재확인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심재현 기자 2015.07.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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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14일 오전 긴급회의 소집…투자위 찬성 결정에 힘 실려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찬성 입장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국민연금 의결권위는 14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50,000원 ▲1,600 +1.08%)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한 투자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6시간 가까이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회의에는 의결권위 위원 9명 전원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총 18명이 참석했다.

김성민 의결권위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금운용본부가 합병안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결권위는 안건을 심의·의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투자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만 기금운용본부가 판단을 요청하지 않은 절차적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거쳐 결정을 내렸고 주총 이후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위원장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해 실장급·팀장급 위원 등 12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번 합병이 국내 자본시장과 재계 등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과 투기 성향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위에서도 합병 찬성 입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한층 더 추진력을 얻게 됐다. 국민연금의 결정을 최종 검토하고 입장을 결정하려던 국내 기관투자자(지분율 11.05%)도 합병 찬성 의사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UBS자산운용(0.02%)에 이어 플러스자산운용(0.003%)이 이날 합병 찬성 입장을 공시했다.



국민연금의 입장을 주시하던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도 찬성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포함해 33.53%에 달한다. 합병 특별 결의는 주총에 참석한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의 3분의 1 이상 동의로 의결된다. 주총 참석률을 지난달 열린 SK (207,000원 ▼12,000 -5.5%)SK C&C (163,500원 ▲3,500 +2.19%) 합병 주총 수준인 80%로 가정하면 합병안이 통과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53.34%다. 참석률이 높아지면 삼성물산이 확보해야 하는 지분도 늘어난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30분에 시작해 정오를 훌쩍 넘긴 1시 무렵까지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의결권위 위원들은 주로 투자위원회가 의결권위에 판단을 요청하지 않고 자체 결정한 과정 등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의결권위는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어려운 민감한 안건을 위임하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 왔다. 의결권위가 위원들의 자체 요청으로 소집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의결권위 위원은 지난 10일 투자위원회 개최 전부터 찬반 결정권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운용규정에 따르면 의결권위는 △의결권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열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를 의결권위에 위임했다. 당시 의결권위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기 등을 두고 위원들간 이견을 보이면서 투표를 통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의결권위는 정부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연구기관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들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김성민 위원장(연구기관 추천, 한양대 교수) 외 정부 추천 2명(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박창균 중앙대 교수), 사용자단체 추천 2명(조영길 아이엔에스 법무법인,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근로자단체 추천 2명(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지역가입자단체 추천 2명(오정근 건국대 교수, 황인태 중앙대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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