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7.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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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회의 결과 오는 17일 삼성물산 주총까지 비공개…복수 관계자 "찬성 쪽으로 결론"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이 합병에 잇따라 반대 권고를 내면서 구석에 몰렸던 삼성은 반전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국민연금은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50,000원 ▲1,600 +1.08%)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시장 파장을 고려해 구체적인 회의 결과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복수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투자위원회는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투자위원회는 당초 사안이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중대한 이슈인 만큼 직접 책임을 지고 결론을 내기로 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합병 찬성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안정적인 수익 극대화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라는 국민연금의 투자 및 의결권 행사 원칙을 토대로 이번 합병이 국내 자본시장과 재계 등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과 투기 성향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흔들리면서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자산가치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여부가 양사는 물론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 주가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22조원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말 삼성그룹에 합병 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청한 데 이어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합병 여부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달라고 의뢰했다.

합병비율을 문제 삼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는 삼성물산 주식만 보유한 주주가 합병에 반대하는 게 낫다는 취지이지 합병 상대방인 제일모직 주식도 함께 보유해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의 지침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의결권 지분은 11.21%다.


지분율은 차이가 나지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모두 1조2000조원 수준으로 비슷하다는 점도 합병 찬성론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비율에서 불리한 것으로 지적되는 삼성물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제일모직 지분에서 만회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이 지난달 말 밝힌 배당성향 확대, 주주권익위원회 설치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이번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위원회에서는 합병이 불발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대기업 그룹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이 밀려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인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가는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결정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둘러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공방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KCC (292,000원 ▲7,000 +2.46%)에 매각한 자사주와 국민연금 보유지분을 포함해 31.99%에 달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자(11.05%)도 찬성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합병 특별 결의는 주총에 참석한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의 3분의 1 이상 동의로 의결된다. 주총 참석률을 지난달 열린 SK (207,000원 ▼12,000 -5.5%)SK C&C (163,500원 ▲3,500 +2.19%) 합병 주총 수준인 80%로 가정하면 합병안이 통과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53.34%다. 참석률이 높아지면 삼성물산이 확보해야 하는 지분도 늘어난다.

당초 국민연금은 전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위임 여부를 검토하려 했지만 일정을 하루 연기하면서 내부의 고심을 드러냈다. 이날 투자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포함해 실장급·팀장급 위원 등 12명의 위원이 3시간여에 걸쳐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투자위원회는 오후 3시에 시작해 저녁 무렵인 6시에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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