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주장한 '성과별 차등 급여'의 가르침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2015.07.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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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이코노믹스]<5>상뢰초래(賞賚招來)와 희름칭사(餼廩稱事)

편집자주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공자가 살던 2500년 전에도 이미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설마, 그럴 리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기록에 명백히 나와 있다.

우선 ‘4서3경’으로 유명한 『중용(中庸)』을 보자. 『중용』 20장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한 원칙인 ‘구경(九經)’이 나온다. ‘구경’은 정치에 관한 노나라 애공의 물음에 대해 공자가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9가지 원칙을 수신(修身)에서부터 회제후(懷諸侯)까지 제시한 것. 이중 7번째가 인재초빙과 성과급 차등지급을 뜻하는 래백공(來百工)이다. 이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야 국가의 경제생활이 풍족해진다(來百工則財用足)는 것을 강조한다.



매월 업무 성과 측정해서 녹봉 차등 지급

래백공에서는 인재 선발과 운용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상을 주어야 전문가가 온다’는 ‘상뢰초래지(賞賚招來之)’와 매일 업무 태도를 살피고 매월 성과를 측정해서(日省月試) 성과에 따라 녹봉을 차등해 지급해야(희름칭사, 餼廩稱事) 인재들이 열심히 일하게 한다(勸百工)는 게 그것.



주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주례(周禮」에 고인직(稿人職)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성과를 평가해(考其弓弩) 급여를 차등한다(以上下其食)’는 것이다. 여기서 상(上)은 양을 많게 한다는 증익(增益)의 뜻이고, 하(下)는 급여량을 줄이는 폄퇴(貶退)를 뜻한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가(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공기업에서도) 매년 업무를 평가해 연봉을 달리 지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오히려 평가가 매월 이루어져 녹봉(祿俸)을 차등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어떤 점에서는 현대 자본주의보다 더 ‘차등을 통한 효율극대화’를 추구했다고 생각될 정도다. 윗사람은 매일 백공이 하는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省視), 매월 그 업무성과를 조사해야 한다(試其所作)는 책임까지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박렴(時使薄斂)으로 급여차등 보완


물론 공자는 ‘공자다움’을 잃지 않는다. 공자는 ‘래백공’ 바로 앞에서 ‘자서민(子庶民)’을 강조한다. 자서민이란 ‘모든 백성을 사랑하는 것(愛庶民)’이다. 백성을 자녀들처럼 사랑해야 백성들 또한 임금을 받들도록 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백성을) 때에 따라 부리고 세금부담을 낮춰준다는 뜻의 시사박렴(時使薄斂)을 제시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때를 맞추는 게 매우 중요했다. 백성을 부역이나 전쟁에 동원할 때는 농번기를 피해야 하고, 세금을 적게 거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공자가 이처럼 백성들의 경제적 삶의 중요성을 잊지 않은 것은 『서경(書經)』 에서 국가가 펼쳐야 할 8가지 중요한 정책(八政)을 제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팔정’은 식(食) 화(貨) 사(祀) 사공(司空; 건설) 사도(司徒; 교육) 사구(司寇; 사법) 빈(賓; 외교) 사(師; 국방) 등이다. 팔정을 통해 먹는 일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화가 첫째 둘째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정치에도 평가받는 이유

현대에서도 정치의 기본은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정치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도 ‘보릿고개’라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반면 아무리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해도 국민의 빈곤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북한이나 쿠바 등의 정치를 본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공자는 현재 경제운용과 기업경영에서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인재를 제대로 인정해 주고 엄격한 실적평가를 통해 급여를 차등함으로써 재화를 풍족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가르침이다. 재화가 풍족해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정치도 바르게 된다. 관자는 이와 관련 “창고와 쌀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倉廩實卽知禮節, 창름실즉지예절)고 했다.

둘째는 백성들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각종 세금부담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교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양날의 칼이다. 적게 거두면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많이 거두면 국민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릴 수 있다.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있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요즘 삶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들과 딸들은 청년 실업에 시달리고, 부모는 은퇴 자금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치관이 흔들리며 자살률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에서 가장 높다. 흔들리는 한국 사회, 공자에게서 경제와 경영을 배워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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