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 합병안' 의결권위에 위임할 듯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5.07.0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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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안에 투자위 열어 결정…찬반 결정 'D데이' 15, 16일 전망

국민연금 '삼성 합병안' 의결권위에 위임할 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 결정을 민간자문위원회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8일 복수의 국민연금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번주 안에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49,300원 ▼700 -0.47%)의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위)에 위임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투자위원회에서 찬반을 결정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며 "시일이 촉박한 데다 지난달 SK와 SK C&C 합병안과 형평성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자체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의결권위 위원이 찬반 결정권을 위임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찬반 의결권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경우 뒤따를 책임 부담이 적잖을 것이라는 얘기다.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의결권 지분 11.21%)인 국민연금의 표심이 합병안 통과 여부를 좌우하게 되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반대표를 던질 경우 외국 자본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찬성표를 낼 경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권은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선택지도 찬성과 반대 두가지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와 관련, 별도 일정을 통보하지 않았지만 9명의 의결권위 위원은 다음주 개인 일정을 비우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위가 열린다면 오는 17일 삼성물산의 합병 주주총회를 하루 이틀 앞둔 15일 또는 16일이 'D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SK (207,000원 ▼12,000 -5.5%)SK C&C (161,800원 ▼1,700 -1.04%)의 합병안을 두고도 주총 이틀 전인 24일 오전 의결권위를 열었다. 찬반 결정 이후 시장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의결권위 위원은 정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연구기관 등이 추천한 외부 민간인사로 일반적으로 투자 수익보다 공공성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결권위는 지난달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해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지배구조원이 찬성을 권고했는데도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의결권위와 의결권 자문기관인 지배구조원은 모두 국민연금의 자문을 담당하는 기구지만 지배구조원의 권고가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과 달리 의결권위는 투자위원회에서 위임된 안건에 대해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다.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사실상 무산된다. 합병 특별 결의는 주총에 참석한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의결된다.

삼성은 KCC (298,000원 ▲6,000 +2.05%)에 매각한 삼성물산 자사주를 포함해 19.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은 11.05%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국민연금(11.21%)이 가세하면 진영이 탄탄해지지만 반대표를 던지면 저울추가 엘리엇 쪽으로 급격히 기운다.

삼성물산 지분 1.7%를 보유한 삼성자산운용과 0.16%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이기 때문에 섀도보팅(다른 주주들의 표결에서 찬반 비율대로 표를 나누는 것)으로 처리된다. 국민연금이 찬성할 경우 의결권 지분 11.05%를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자도 찬성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8명의 실장급 위원과 3명의 팀장급 위원이 참석하는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다만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위에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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