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우려 크지 않다?…차분한 글로벌 금융시장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07.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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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투표가 예상 밖 결과를 나타냈음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의외로 잠잠했다. 국채시장을 비롯해 외환, 주식시장 모두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면서 투표 결과에 실망했던 유로존 정상들도 그리스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채권단의 개혁안 찬반 여부를 놓고 실시한 그리스 국민투표가 압도적인 반대로 귀결되자 유럽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독일 DAX지수는 1.52%, 프랑스 CAC40지수는 2.01% 떨어졌지만 예상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영국 FTSE100지수의 경우 0.76% 하락했다.



미국 증시는 유럽보다 더 침착한 모습이었다. 다우존스지수는 0.26% 하락했으며 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39%, 0.34% 후퇴하는데 그쳤다.

유로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펼쳤으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6일 달러/유로는 전장대비 0.52% 떨어진 1.1056달러를 기록했다.



국채시장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독일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7615%를 기록해 0.0258%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086%포인트 떨어진 2.296%를 기록해 역시 움직임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조용한 반응은 시장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전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시중은행 및 금융시스템을 지원할 만한 능력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웨스트우드홀딩스그룹의 마크 프리먼 CIO(수석투자책임자)는 "ECB는 몇 년전보다 더 강력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ECB가 유럽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문제 회원국들의 국채을 매입할 수 있는지 여부는 극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작년에도 ECB는 유럽 경제 부양을 위해 1조달러 이상의 국채매입 계획을 선보였지만 독일의 반대에 직면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데이빗 조이 수석 시장투자전략가는 "ECB에 대한 신뢰가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로존 내 그리스의 비중이 크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은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이 투자전략가는 유로존 전체 생산에서 그리스의 비중은 1.8%에 불과할 뿐더러 민간부문에서는 이미 그리스 국채 비중을 가파르게 축소하고 있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외에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경제가 이전보다 더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BNY멜론 웰스매니지먼트의 리오 그로호우스키 CIO는 이들 국가 및 독일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생각만큼 확대되지 않았다며 유럽국가들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감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불안감을 진정시켰다는 평가다. 프리먼 CIO는 "그리스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맞지만 오히려 중국이 더 큰 이슈일 뿐더러 하반기 실적 전망은 이 둘보다 더 중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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