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그리스 공포…채권시장 '강세'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주명호 기자 2015.07.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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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채권가격↑…유로화 대비 달러·엔화도 동반 '강세'"

채권시장이 예상 밖 환경에 노출되며 강세를 나타냈다.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의 당초 예측보다 오래 지속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5.7bp(=0.057%p) 내린 2.465%에 마감했다. 5년물과 20년물, 30년물도 3.7bp~5.8bp 하락마감했다. 채권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다만 단기물인 3년물만 차익실현 매물 등이 나오며 금리가 소폭 상승했는데 전일 대비 0.3bp 오른 1.829%에 마감했다.



3년·10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전일 대비 각각 8틱, 60틱씩 올라 장 중 내내 강세를 자랑했다.

이날 채권시장 강세는 전일(현지시간)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지원조건에 반대의 뜻을 나타낸데서 비롯됐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라는 최악의 경우까지도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 회피 및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채권시장과 반대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전일 대비 2% 넘게 밀린 채 마감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오는 20일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주 추가경정예산(추경) 불확실성이 해소돼 채권시장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한데 이어 그리스 우려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채권금리가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국내 채권시장은 추경에 따른 국채발행 규모가 7조6000억원대로 확정돼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입어 강세전환했다. 예상치 못한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의 결과까지 겹쳐져 당분간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당초 시장은 국민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기울어져 그리스가 채권단과 합의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뒤엎는 결과가 나오면서 불확실성 지속 시기가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국제 채권은 물론 달러나 엔화 등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의 강세가 심화되고 있다"며 "위험회피 심리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국, 독일 등 선진국 국채금리 하락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은 장 중 1.0969달러까지 내려 전일 대비 1.45% 급락했다. 유로/엔 환율 역시 장 중 전일 대비 1.96% 밀린 133.90엔까지 내려갔다.

한편 채권시장의 강세요인이 추세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당시에 비해 현재는 그리스에 대한 해외 은행들의 위험노출액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그 때와 같은 대거 외인 자금이탈이 일어나 증시 패닉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올 하반기 이후에 있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을 지연시키거나 상쇄하는 정도의 역할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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