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저지르는 정신분열증 환자 年6000명…관리는 '無'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윤준호 기자 2015.07.0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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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범죄자 1년 6000명…정부 전국민 정신건강점진 3년째 논의만

특정한 대상이 있는 원한범죄가 아닌 '무차별 범죄'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한 대상이 없는 '묻지마범죄'의 가해자 중 41%를 차지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머니투데이DB특정한 대상이 있는 원한범죄가 아닌 '무차별 범죄'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한 대상이 없는 '묻지마범죄'의 가해자 중 41%를 차지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머니투데이DB


#1 "'너를 죽여버리겠다'는 소리가 자꾸 들렸습니다. 저 사람들이 괴롭히는 것 같아서 범행을 저질렀어요."

지난해 9월 경북 청송군에서 40대 A씨는 옆집 현관 유리창을 깨고 침입해 가져간 둔기로 이웃을 내리쳐 살해했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바로 또 다른 이웃집으로 가 범행을 시도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정신분열증을 앓아오던 사람이었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레 집에 들이닥친 A씨에 의해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들은 A씨를 엄하게 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해 1심과 2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2 "중국 흑사회가 대한민국을 유린하고 있어."

지난 3월 경남 진주시의 한 인력사무소 앞. 50대 B씨는 인부 3명에게 날카로운 흉기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B씨의 흉기를 맞은 인부 2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1명은 크게 다쳤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그는 "3년 전 오원춘 사건을 접했다"며 중국 동포사회에 대한 불만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B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해보니 그는 피해망상과 환청, 현실 검증력 저하가 동반된 정신분열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특정한 대상이 없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묻지마범죄'의 가해자 중 41%를 차지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분열증은 전세계 평균적으로 인구의 약 1%가 앓고있는 병이다. 학계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를 대입해 전국적으로 약 25만~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인격 및 행동장애로 실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만3185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환자들의 경우 주변에서 강제로 병원에 보내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 이상 알려지기 쉽지 않다.

특히 범죄를 일으키는 정신분열증 환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 자비를 들여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문제를 심화시킨다. 2013년 정신분열증 범죄자의 78.5%가 하류층의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 비율은 2009년부터 5년간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 법무부가 발간한 '2014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범죄자 수 또한 2011년 5379명, 2012년 5428명, 2013년 600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질환의 하나라는 인식이 커지자 정부는 2012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포함시키고 2013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3년째 논의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용 대비 효율이라는 예산적 측면의 문제도 있고, 어떤 항목들에 대해 검사를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언제 논의가 완료되고 정신건강검진이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검진의 취지 자체가 기본적으로 잠재적 범죄자를 찾아내자는 것이 아니고 우울증이나 중독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라며 "물론 해당 검진이 정신분열증 환자를 찾아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기능을 할 수 있기에 그런 항목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남민준 변호사(법무법인 성율)는 "일선에서 일하다보면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복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정신병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정신과 문턱을 낮춰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하고, 범죄가 발생한 경우 병을 고쳐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통의 묻지마 범죄의 경우 대부분 어느날 갑자기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경미한 범법행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경찰은 환자를 인지할 수 있다"며 "처벌이 안 되는 경미한 사안의 경우 치료개입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시민들의 인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차원의 제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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