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국 주식을 사줄 것인가?

한화투자증권 박성현 투자전략팀장 2015.07.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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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누가 중국 주식을 사줄 것인가?


장기적으로 주가는 실적과 거꾸로 가기 힘들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때 '거품'이라고 하는데, 거품이 부풀어오르다 한 순간에 터져버리는 것처럼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주가는 떨어질 때 그만큼 속도가 빠르다.

중국증시가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오르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상해종합지수는 100%가량 상승했는데, 제조업 기준으로 기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만큼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주가가 절대적으로 비싸다고 하더라도, 매수하려는 자들이 줄을 잇고 매수자들의 매수여력이 충분하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시장을 보면 시장의 물량부담은 더 강화되는데 매도하려는 사람은 늘고 매수여력 또한 약화되고 있어 염려스럽다.

먼저 공급 쪽을 보자. 6월 들어 시장에 신규로 풀린 IPO(기업공개) 물량은 상해와 션전을 합쳐 약 650억 위안에 달한다. 이는 연초부터 5월까지 누적금액의 약 80%에 이를 정도로 많은 금액이다. 2007년 버블시기에서도 월간으로 600억~900억 위안의 IPO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며 증시가 꼭지를 만들었다.



증시에 물량 압박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들어 대주주들의 매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초 이후 A주 대주주들이 시장에서 팔아 치운 주식의 금액은 벌써 5000억 위안을 넘어선다. 지난해 전체 금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회사의 내부자라고 할 수 있는 대주주들의 주식 처분이 늘어난다는 것은 물량 부담을 넘어서 밸류에이션에도 좋지 못한 신호다. 내부자들이 자기 주식을 비싸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마진거래라고 불리는 담보대출 비율이 거래가능주식 대비 8%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는 통상 1~2%에 불과한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이다.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이유는 더 사고 싶은데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의 매수여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이런 신용거래는 주가가 무너질 때 추가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물론 중국 정책당국이 중국증시의 위험도 상승을 그냥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를 계속 낮춰주는 가운데 신용거래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이며 공적 기관의 자금을 동원해 주가를 떠받칠 가능성도 크다. 이 외에도 여러 활성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이 대주주들의 매도 러쉬를 멈추게 하고 투자자들이 빚을 더 내 주식을 사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적 기관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증시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결국 중국증시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양상은 '누가 중국주식을 추가로 사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력한 후보자는 결국 세상에 넘치고 넘치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될 것이다. 만약 중국증시가 빠르게 개방되고 해외자금이 물밀 듯 본토증시로 밀려들어온다면 중국증시는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은 예상보다 여의치 않게 전개되고 있으며,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명목의 자본시장 개방 속도도 그리 신속해 보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부분은 홍콩H지수의 부진이다. 글로벌 자금이 중국주식에 훨씬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 지수의 지난해 초 대비 상승률은 18%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글로벌에서 중국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는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증시는 그리 싸지도 않으며 내부적으로 매수여력은 위축되고 있는데 시장개방과 글로벌자금의 바통터치는 여의치 않은 국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히 최근 들어서 성과가 가장 좋았고 '낙폭과대'라는 기회를 잡았다고 해서 가볍게 접근할 곳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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