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목잡힌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박용규 기자 2015.07.0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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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비식별화 신용정보 동의없이 활용 추진에 국회"신용정보법 취지 무력화... 용인 않겠다" 강조

국회에 발목잡힌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비식별화한 신용정보는 개인의 동의없이 빅데이터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었지만 정치권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과 이 문제를 결부시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2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신용정보법 시행령을 개정해 빅데이터 활성화의 문을 열겠다는 금융위원회의 계획이 국회의 벽에 부딪혔다.



금융위는 지난달 3일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의 대상에서 '비식별화된 신용정보'를 제외해 고객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의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거'(비식별화)하면 신용정보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 현행 신용정보법은 비식별정보라고 하더라도 개인신용정보로 규정하고 정보활용시마다 개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매번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빅데이터로 활용이 쉽지 않았다.

금융위는 신용정보의 구체적인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한 규정을 이용해 비식별정보는 개인신용정보애서 제외해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해외에서도 비식별정보를 개인정보로 보지 않고 있으며 비식별정보까지 신용정보로 관리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근거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 프라이버시 권리장전(Consumer Privacy Bill of Rights Act)에서도 비식별정보는 개인정보로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식별정보도 신용정보로 규정한 모(母)법을 벗어난 시행령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법률 체계 맨 앞에 나와 있는 정의 규정을 시행령으로 바꾸려는 거의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신용정보 유출사태 이후 법을 개정한 것은 본인의 동의절차를 엄격하게 거치도록 한 것"이라며 " 시행령에서 비식별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신용정보법 취지를 시행령으로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신용정보를 편의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김기준 의원실 관계자 역시 "법을 바꿔야 할 사항을 정부는 시행령을 바꿔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개인정보보호은 비식별시 동의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용목적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빅데이터 산업화에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내부 검토 결과, 시행령 개정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국회의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임종룡 위원장 지시로 외부 법률 검토를 진행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부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면 이를 바탕으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끝까지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용정보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9월까지 시행령 개정을 마치고 빅데이터 활성화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정부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 진다. 국회 통과 가능성도 불확실한데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해 연말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더라도 내년부터나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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