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외환노조…"직원 지지, 통합 실익 다 잃었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5.07.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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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성명서 발표가 쇄도하고, ‘존속법인’마저 하나은행에 내줄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외환은행 노조는 그룹 내 주요 노사 대표자가 참여한 ‘5자 회담’에도 홀로 불참, 대화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사내 인트라넷에는 노조 지도부를 향해 통합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성명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본점 영업기획부 분회원 일동’ 명의로 첫 성명서가 올라온 데 이어 경영지원그룹·투자금융부 등 본부는 물론 역삼중앙·강남역 등 일선 지점 직원들도 가세해 이날 정오까지 18개의 성명서를 올렸다.



성명서들은 주로 노조 지도부에 “즉각적인 대화 참여”와 “조기통합의 필요성” 등을 요구하거나, “통합 외의 현실적인 대안”을 묻는 내용이었다. 통합 협상이 기약없이 지연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직원들이 하나둘씩 노조 지도부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법무팀은 성명서를 통해 노조의 통합중단 가처분 신청을 취소한 지난달 26일 법원 결정을 언급하며, “노조는 지난 2월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했을 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활용해 직원을 위한 대타협을 이끌어냈어야 한다”며 “황금 같은 기회를 낭비한 책임을 지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의 가처분 취소 결정에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서도 “법원은 항고시 ‘항고 이익이 없다’며 기각할 것이고, 본안 소송도 1년여 이상이 소요되고 독립법인 기한인 2017년 2월을 넘게 돼 소(訴) 제기의 실익이 없다”며 “또 다른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실익조차 내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합이 오는 9월 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유지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내년부터는 하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두면 약 1400억, 외환은행을 두면 약 3700억원의 등록면허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하나은행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올해 말까지는 저당권 명의변경 등록면허세 75%를 감면해, 외환은행 존속법인으로 둔다면 2754억원의 세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내년엔 혜택이 사라져 등록면허세 비용에 거액의 차이가 나는 만큼, 경영진이 ‘배임’을 우려해 하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행정처리에 소요되는 3개월의 물리적 시간을 감안해 9월을 통합의 마지노선으로 못박은 이유다.

이러한 와중에 외환은행 노조는 또 한 번의 대화 기회를 놓쳤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5인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지난 1일 오후 진행된 모임에서는 결국 김근용 위원장 홀로 불참한 채 진행됐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통합 과정의 포괄적 당사자들이 꼬일대로 꼬인 통합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자리였다는 김근용 위원장의 빈 자리는 너무나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은 이날 기존 협상단의 논의를 열었지만, 여전히 2·17 합의서 수정안은 이견은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서로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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