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실상 백기…"채권단 요구, 대부분 수용" 치프라스 서한 공개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07.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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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추가협상 타결 가능성↑, 채권단 '일부 항목' 수정 요구 때문에 거부한 듯

파이낸셜타임스가 공개한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서한.파이낸셜타임스가 공개한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서한.


그리스가 지난 주말 국제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 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금개혁과 소비세 인상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며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유럽위원회(EC)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28일 유럽위원회가 요구한 개정안과 부수조항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안정화기구(ESM)가 2년 동안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구조를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291억유로(약 36조1000억원)의 3차 구제금융도 함께 제안했다.

그리스가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치프라스 총리가 보낸 서한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안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이미 거부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과 계속해서 맞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요구 상당 부문을 수용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앞으로 진행될 추가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 현지 시간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2일 오전 0시 30분)에 치프라스 총리의 새로운 제안을 놓고 전화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을 거부한 이유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몇 가지 변경’을 요청했고 ‘충분한 재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인 셈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서한에서 그리스 정부는 부가가치세제 개혁에서 한가지만 제외하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섬들 안에서는 부가세가 특별히 30% 감액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지역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이다.

논란이 됐던 것은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2022년까지 퇴직연령을 67세로 인상하는 방안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오는 10월에 시작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저소득 연금 지급자에 추가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연대 보조금(solidarity grant)'은 2019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시키는데 동의했지만 채권단 요구보다 속도를 조금 더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유럽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유로존 파트너들과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하는 정치적인 문제인 동시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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