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그냥 렌트하면 8만원, 보험처리하면 30만원 '폭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5.07.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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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외제차 렌트1]렌트비 이중가격..'딜러-렌트사-고객' 수상한 거래

BMW 그냥 렌트하면 8만원, 보험처리하면 30만원 '폭탄'


#.보험사 외제차 보상팀장인 A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차량 차주가 "간단한 접촉사고니 렌트카(대여차)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하루만에 "렌트카를 쓰겠다"고 다시 연락 온 것이다. 300만원 수준의 예상수리비는 렌트비까지 포함하면 60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이건 경우 가해차량 차주(자사 보험가입자)는 "가벼운 사고인데 보험료가 이렇게 많이 나오나. 보험사도 한통속"이라고 항의한다. 일부는 금감원 민원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피해차량 차주는 "차를 팔았던 딜러가, 자신이 소개한 렌트업체를 이용하면 교통비(약관상 렌트비의 30%)와 기름값을 챙겨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실토했다.




외제차는 등록차량의 5.5%에 불과하지만 렌트비 비중은 31.4%를 차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리비보다 렌트비가 더 많이 나오는 일도 벌어진다. 외제차 렌트비는 평균 137만원으로 국산차 대비 3.6배나 많다. 그 이면에는 '외제차 딜러-렌트업체-고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존재한다는 게 보상담당 직원들의 지적이다.

◇그냥 빌리면 8만원, 보험처리하면 30만원...이중가격 왜?



렌트업체들은 공공연하게 이중가격을 쓰고 있다. 여행 목적 등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대여할 때보다 교통사고로 대여를 할 때 몇 배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렌트업체의 경우 지난달 'BMW 520d'를 장기 렌트(30일·현금결제 조건)하면 250만원의 렌트비를 받았다. 하루 평균 8만3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 그런데 이 업체가 신고한 공식요금표는 하루 40만원(7일 이상 장기 렌트시)이다.

보험사 보상담당자는 "보험사에게는 신고요금표 대비 30%를 할인해 준다"며 "일반인이 8~9만원에 이용하는 BMW를 보험처리 시 28만원~30만원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쉽게 보험금으로 해결되는 렌트비를 일반가격 대비 몇배 더 비싸가 받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나간 렌트비는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외제차 렌트비는 업체별·지역별로도 천차만별이다. 특별한 기준 없는 신고제라서 '부르는 게 값'이다. 예컨대 벤츠S클래스는 하루 렌트비가 14만500원에서 52만3500만원으로 가격편차가 심하다.(보험개발원, 2011년 기준)

◇외제차 수리, 금요일에 몰리는 이유는

'외제차 딜러-렌트업체-고객'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들어 각종 할인 등으로 외제차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외제차 딜러는 한 달에 5000만원 안팎의 고가차량을 몇대 팔아도 정작 손에 쥔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란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외제차 딜러는 공식 수입은 많지 않지만 교통사고가 난 고객에게 특정 렌트업체를 소개해 주고 많게는 건당 100만원의 현금을 수수료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외제차 차주가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단 딜러에게 연락하는 관행을 이용한 것.

렌트업체는 딜러가 소개한 고객에게는 "교통비(렌트비의 30%에 달하는 교통비 명목의 보험금)와 기름 값을 주겠다"며 렌트카 장기이용을 부추겼다. 자동차 정비공장에 렌트업체 직원을 파견, 수리를 맡기로 온 차주에게 렌트카를 권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정비공장서 넘겨받은 고객정보를 이용, "기름 값을 부담 하겠다"고 불법마케팅도 벌였다.

정비공장은 목요일과 금요일 사고차량이 몰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주 초반 사고가 난 차량이 2~3일 지나 정비 공장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주말을 끼고 수리하면 렌트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딜러와 렌트업체가 고객에게 "가급적 금요일 수리를 맡기라"라고 권했다.

BMW 그냥 렌트하면 8만원, 보험처리하면 30만원 '폭탄'
◇"외제차 무서워요" 보상한도 3억짜리 보험가입

지난해 3월 '람보르기니 보험사기'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람보르기니의 하루 렌트비가 200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최근엔 "외제차가 무섭다"는 이유로 대물배상한도를 증액하는 가입자가 많다. 지난해 보험가입자 중 2억원 이상 대물배상 가입한도를 설정한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절반(56.3%)을 넘었다. 3억원 이상도 10%에 달했다. 이는 '배(수리비)' 보다 '배꼽(렌트비'이 더 큰 현실이 반영됐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996년식으로, 중고차 가격이 600만원 밖에 안 되는 외제차가 사고를 당했는데, 1억원(신차기준) 넘는 외제차를 30일간 렌트한 사례도 있다"며 "자동차 사고시 어떤 차를 렌트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제차는 보험사에게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1017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외제차가 지목됐다. 금융당국,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 주요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 외제차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차종에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보험 전반에 대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금융위 등과 협의를 거쳐 필요하다면 법을 개정하거나 자동차보험 약관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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