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신경숙 표절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015.06.2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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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신경숙 표절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눈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을 달아야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많은 글이 생성되자마자 바로 소멸되고 있다. 그러나 글 제목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보는 순간 파악할 수 있는 글은 다르다. 활자매체 시대에는 ‘익숙한 단어’나 ‘상투적인 말’을 피하고 되도록 매우 새롭거나 뛰어난 문장 표현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반화된 이후에 독자는 과다하게 생산되어 유통되는 콘텐츠 중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해야만 한다. 따라서 글의 생산자는 독자가 직감적으로 공감하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목과 내용을 담아야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광고하지 마라’(혼다 데쓰야·다바타 신타로, 북카라반)의 저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내용에 심(心)·기(技)·체(體)의 삼위일체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은 사람의 마음·감정·속내(인사이트), 기는 매체나 콘텐츠의 전략과 전술, 체는 체험, 체감 등을 말하는데 이 세 가지야말로 마음을 움직여야 할 인원수와 상관없이 콘텐츠가 지녀야 할 공통적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특히 ‘OO심’이나 ‘OO감’이라고 하는 사람의 심경이나 감정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한다. 허영심, 동질감, 사명감, 연대감 등을 자극해 ‘마음 끓는 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올리면서 신경숙 표절 논란이 시작되어 불과 이틀 만에 출판사 창비의 사과를, 그리고 1주일만에 작가의 사과를 받아냈다.

신경숙 단편소설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사실이 15년 전에는 유야무야됐지만 이번에 크게 논란이 된 것은 매체환경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통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는 고객의 관심을 항구적으로 이끌어낼 ‘우량 매체’란 사실상 사라지고 없다. 이제 기업이 매체를 선택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매체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신경숙 표절 사건으로 대중이 크게 분노한 것은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는 작가의 대리 해명과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는 창비 문학팀의 어설픈 작가 감싸기였다.

대중은 한 줄의 문장으로도 엄청난 감정 폭발을 일으켰으며 그로 말미암아 모든 매체를 불러 모으는 ‘기’의 조합을 저절로 달성했다. 이 사태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론을 역설적으로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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