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스판덱스 1위 효성 '마더플랜트' 구미공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구미(경북)=최우영 기자 2015.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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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kg당 1만원 호가 '금실' 스판덱스…중국·베트남·브라질 등 해외 생산기지의 '테스트베드'

효성 구미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효성 구미 스판덱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


효성 (60,300원 ▲200 +0.33%) 구미공장은 전 세계 스판덱스의 '성지'다. 2010년 미국 인비스타를 제치고 스판덱스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선 효성은 시장점유율을 35%까지 차지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여성 속옷, 수영복, 스타킹, 기저귀 등 거의 모든 의류제품에 적용되는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가 만들어진 곳이 구미공장이다.

지난 19일 김천(구미)역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걸려 구미공단으로 들어서자 17만6864㎡ 규모의 효성 공장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스판덱스 외에도 PET(폴리에스테르), 필름 등의 생산시설이 몰려있다. 스판덱스 설비는 4만691㎡ 규모로 전체 공장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섬유인 스판덱스 특성상 구미공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고객보다 먼저 제품 만들어 '검증'

스판덱스 생산설비에 들어서자 은은히 솔벤트 냄새가 났다. 스판덱스는 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와 MDI(메틸렌 디 피 페닐렌 이소시아네이트)가 1~2차 중합 반응과 솔벤트 용해 작업을 거친 뒤 섞여 만들어진다. 실 형태로 만들어진 스판덱스 원사는 550~1000g 단위로 롤에 감긴 뒤 자동 포장돼 박스로 쌓이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구미에서 생산한 스판덱스가 남아공까지도 나간다"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원사는 최종 검수를 거친 뒤 포장되지만, 일부는 공장 한 켠으로 옮겨졌다. 스판덱스 공장 안에 원단을 만드는 편직기 등 고객사 제품 생산설비를 갖춰놓고 미리 제품을 만들어본다. 새로운 스판덱스가 제품에 적용될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검증하는 것. 이 과정에서 고객사에 제공해도 될 만큼의 품질을 확보하면 그 이후 판매에 나선다.

편직기 옆 물리실 입구는 메르스 환자를 격리하는 '음압 입원실'을 방불케 했다. 시간차를 두고 열리는 이중문을 열고 들어서자 스판덱스의 인장력(늘어나는 힘)을 검사하고 있었다.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5~8배까지 늘어나는 신축성을 지녔다. 머리카락 한올도 새어나오지 않게 온 몸을 무장한 연구원들이 기계를 조작했다. 기계는 스판덱스 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질 때까지 늘리며 성능을 검사했다.

◇공장 곳곳에 도배된 효성의 자랑 '크레오라'


공장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마다 크레오라를 적용한 수영복, 기저귀, 의류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회의실로 들어서니 제품은 다양해졌다. 원단부터 스타킹, 속옷 등 크레오라를 적용한 제품이 13㎡ 규모 방을 가득 채웠다. 효성이 1992년 론칭한 스판덱스 세계 1위 브랜드 크레오라는 창의를 나타내는 'Creative'와 금을 뜻하는 'Ora'가 합쳐진 단어다. 브랜드 로고는 조석래 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가 직접 디자인했다.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현재 가동을 멈춘 안양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라인은 Q1~5, 구미 생산라인은 Q6~7로 불린다. 스판덱스 사업 초기 진출 당시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효성은 프로젝트 이름을 Q(Question)로 지었다. 이제는 효성이 대륙별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전세계 스판덱스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효성 크레오라는 일반 섬유에 비해 10배 가량 비싼 1kg당 1만원을 호가한다. '금실'이라 불릴만하다.

안양공장이 R&D 거점이라면, 구미공장은 생산의 시발점이다. 터키,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100여명의 직원들이 기술 전수를 위해 구미를 다녀갔다. 구미에서 검증된 새로운 크레오라는 현지 직원 교육을 끝낸 뒤 생산에 들어간다. 중국에서 생산중인 기저귀용 '크레오라 컴포트'도 태생은 구미다. 구미공장이 '마더플랜트'라 불리는 이유다.

배인한 효성 구미공장장. /사진=효성배인한 효성 구미공장장. /사진=효성
◇2020년 '세계시장 점유율 40%' 노린다

효성은 현재 35% 수준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2020년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염소에 강한 '크레오라 하이클로', 팽창시 색 옅음 현상(Frin-Through)을 해결한 '크레오라 블랙' 등의 종속브랜드 양산에 돌입했다. 크레오라 하이클로는 일반 수영복이 염소에 20시간 노출되면 색이 바래는 현상을, 200시간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든 스판덱스다.

배인한 구미공장장은 "중국업체 등과 달리 효성은 이미 최고급 시장 석권을 바탕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며 "생산설비 역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장 빠른 시간 내 증설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연내 중국 내륙지방 신규설비 착공 및 베트남 증설 등을 통해 연산능력을 2만5000~3만톤 가량 늘릴 계획이다.

배 공장장은 "1등 기업의 역할은 단순히 가격경쟁력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시장을 키우고 창출해내 업계 전반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며 "범용재 가격경쟁력 확보를 넘어서 최근 진출한 성인용 기저귀 등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독자적 생산기술과 R&D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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