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현인' 김봉수 "주식 팔 땐 아내와 헤어지는 느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5.06.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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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최근 주식시장에선 '김봉수 효과'가 화제다. 김봉수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사는 종목마다 주가가 급등하기 때문. 일각에선 김봉수 효과로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사진제공=카이스트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사진제공=카이스트


◇"묻지마 추격매수는 피해야..내 투자는 계속된다"=18일 만난 김 교수는 우선 부담이 몹시 크다고 털어놨다.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어서다. 올들어 6번의 5% 지분 보유 공시를 했고 어느 순간 주식투자로 400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부각됐다. 특히 지분 공시를 한 6개 종목이 모두 단기 주가 급등 현상을 보이면서 김 교수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김 교수는 "주식투자를 많이 하고 잘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부담이 매우 커졌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메일을 통해 수제자로 받아달라고 하고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와 그로 인한 주가 상승 현상에 대해서는 "김봉수 신드롬이라고 표현한다면 이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김 교수는 "내가 주식을 샀다고 해도 해당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며 "김봉수가 주식을 샀다고 아무런 분석도 없이 따라서 매수하는 방법은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가 일부러 5% 이상 지분을 사서 공시하는 게 아니라 좋은 종목을 고르고 상황에 맞게 매입하다 보면 4%가 되기도 하고 5%가 되기도 한다"며 "오히려 5% 지분 보유 공시를 하고 나면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추가로 매수하기 힘든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기 시작하면 초심을 잃을 수 있다"며 "나는 그동안 해온대로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해오던 방식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가족의 의식주와 미래를 생각해 투자했지만 이제는 투자가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내겐 연구나 투자나 별 차이가 없는 지적인 도전이고 그렇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을 실현하면 본인에게 주는 선물로 한두 켤레의 구두를 사는 것 외에는 거의 다 재투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교수는 '슈퍼개미'란 표현은 정중히 거절했다. 슈퍼개미란 단어에는 은연 중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보다 개인투자자를 낮게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처럼 '카이스트의 현인'으로 불리는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를 무시하지 않는 풍토가 자리잡았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훌륭한 투자자가 계속 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강세장 온다..차트 보고 투자는 비합리적"=김 교수는 앞으로도 중소형주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에는 우선 '7년 주기설'이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

그는 "미국 증시를 보면 소형주와 대형주의 강세장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그 주기가 약 7년"이라며 "1969~1974년까지 약 6년 동안 일명 '니프티피프티 장세'라고 일컬어지는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졌고 그 이후 1974~1983년에 소형주 장세였다가 또 그후 7년간 대형주 장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라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가상승률이 300~900%에 달했지만 그 기간 동안 우량 소형주들은 전반적으로 50~100% 상승하는 데 그쳤거나 하락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2008년부터 최근 7년 동안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진 만큼 앞으로 수 년 동안은 소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최근 중소형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올들어서 5% 이상 지분을 매입한 6개 종목은 부산방직 (7,020원 ▲200 +2.9%), 고려신용정보 (11,050원 ▼130 -1.16%), 코리아에스이 (5,370원 ▼140 -2.54%), 동양에스텍 (1,918원 ▼4 -0.21%), 세진티에스 (2,825원 ▲85 +3.10%), 아이즈비전 (2,395원 ▲55 +2.35%)이다. 모두 시가총액 800억원 미만의 스몰캡이다.

김 교수는 중소형주의 장점으로 대기업보다 분석이 수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주식투자의 핵심은 해당 기업에 대한 가치 판단인데 대기업의 경우 사업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정확하게 분석하기가 어려운 반면 중소형주는 사업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좀더 정확하게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본인이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잘 알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종목이라면 대형주냐, 중소형주냐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차트 분석 투자에 대해서는 "기업의 가치를 분석할 때는 다양한 방법을 쓰지만 차트는 볼 줄 모른다"며 "차트 투자는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본인을 '초장기 투자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보통 한 종목을 사면 3배가 되기 전까지는 팔지 않는다"며 "주식투자를 오래 하다보니 종목을 매도할 때는 와이프와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또 "개인적으로 5년 정도가 중기투자라고 생각하고 대략 6~7년 보유하거나 길게는 10년 넘게 갖고 있는 종목도 있다"며 "최근 산 종목에 대해 3배 되면 팔고 나가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마음속으로 일부 종목은 10배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종목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개인투자자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주식에 투자할 때는 10년 뒤에 이 회사가 살아있을지 꼭 자문해봐야 하고 스스로 확실하게 답할 수 없을 때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제나 투자 결정은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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