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최저..가계부채, 자본유출 "고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권다희 기자 2015.06.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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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메르스 내수침체 충격과 수출부진 고려해 선제적 금리인하…이주열 총재 정부에 가계부채 대책 촉구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얼마나 확산되고 언제까지 갈지가 관건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대 금리인하를 결정한지 불과 3개월만에 1.5%라는 사상 최저 금리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곧 메르스에 따른 내수충격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6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로 소비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경제성장에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3.1%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 성장률 얼마나 떨어졌길래…= 이 총재는 그나마 올해 성장률을 지탱해 줄 것으로 믿었던 내수가 메르스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5월 금통위 직후 “예상 성장경로로 가고 있다”는 경제인식이 단기간 뒤바뀐 것은 일단 메르스라는 돌발악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이 총재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 수습과정에서 실행한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강화 방안을 이번에도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에 국내외 기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는 메르스 사태가 한달간 지속시 올해 성장률이 0.15%포인트(p) 하락하고 석달 이상 지속되면 최대 0.8%p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적어도 1분기 이상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20조원 이상의 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같은 전망에 대해 ‘하나의 시산(시험적 계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벌써부터 숫자로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내릴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는 수출이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5월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이는 환율문제보다 세계경기 침체, 중국과의 경쟁심화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가 수출에 당장 직접적인 파급력은 떨어지겠지만 환율경로를 통해 일부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이례적인 가계빚 대책 주문=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인 질의응답에 앞서 이례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이는 금리인하로 정부 경기부양을 지원사격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금융안정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당부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확대요인으로 관련 정책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데 금통위원들이 견해를 같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지난해 연말부터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해 1~5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4월에는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10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한달 사이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가계대출과 보험사, 카드사 등 대출액을 합산한 가계신용(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말 기준 1099조3000억원으로 1100조원에 육박한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검토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 美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없나= 이 총재는 이날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인상 대응은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어쩔수 없이 따라서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하반기부터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면 양국 금리격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이에 역행해서 다시 내리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에선 미국 금리인상시 국내에 투자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유출범위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모니터링실 과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도 중앙은행 등으로 다각화 돼 급격한 회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전엔 외국인 자금이 지금처럼 크게 유입된 적이 없었다"며 "한국의 절대금리가 낮아지면 자금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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