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재무 배운 고교생, "저축·투자, 예산관리 잘해"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대학 경영학과 김재훈 조교수 2015.06.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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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이야기]<19>올바른 금융습관을 학교에서 배워야

편집자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저금리시대에 주식시장에 투자해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여윳돈이 필요하다. 물론 좋은 직장을 가지고 고소득을 얻는다면 상대적으로 여윳돈을 마련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윳돈 마련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금융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사실 많이 벌수록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한다면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층인 인기연예인들의 경우 재무적인 곤란을 전혀 겪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인기연예인들 중에 나중에 파산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버는 것과 소비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균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올바른 금융습관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쉽게도 이러한 습관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어진다.

지난달 미국 인터넷 신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는 개인재무(Personal Finance)가 미국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는 본인의 고등학교 생활을 회고하며 고등학교 3학년과 4학년 (미국은 고등학교가 4년제이다)때 개인재무 과목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공부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졸업시점에서는 적어도 예산관리의 중요성을 알았고 신용카드에 잔고를 남기면 안된다는 걸 알만큼 이자율에 대해서 이해했다고 밝혔다.



전미경제교육위원회(Council for Economic Education)의 연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총 50개주중 17개주 공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개인재무 과목을 이수할 것을 졸업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불과 20년전만 해도 일리노이주에서만 개인재무가 졸업필수요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전국금융교육기금 (NEFE: National Endowment for Financial Education)이 운영하는 고교 재무계획 프로그램 (HSFPP: High School Financial Planning Program)의 수석디렉터인 수잔 샤키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부채와 학자금 융자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이해력 교육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NEFE는 개인재무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고등학교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NEFE에 의해서 개발된 교과과정은 13세에서 18세의 청소년들에게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보험, 예산관리, 신용카드, 대출, 잠재소득, 저축, 그리고 투자에 대해 다룬다.


NEFE는 매년 약 1만2000명의 선생님들과 접촉하며 의욕은 있지만 무엇을 할 지 모르는 교사들을 위해 규칙집들, 수업자료들, 그리고 수업계획들을 제공해준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다른 기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때로는 학생들 스스로 이런 요구를 제기할 때도 있는데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일련의 고교 학생들이 금융이해력 과목을 졸업필수요건으로 만들어 달라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잔 샤키는 개인재무를 교과과정으로 도입하려는 많은 학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자격요건을 갖춘 교사들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말한다. 많은 수의 교사들이 개인재무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것을 가르칠 만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89퍼센트의 교사들이 개인재무가 필수교과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오직 20퍼센트만이 해당 수업을 능숙하게 가르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서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과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원하는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은 수업내용을 고교생들에게 흥미를 끌만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복리이자율의 개념과 투자에 대해서는 가르치지만 은퇴연금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는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차이를 가져올까에 대한 답변은 신용카드회사인 디스커버가 작년에 행한 연구에서 발견된다. 개인재무 수업을 들었던 고교 4학년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해서 더 저축하고 (93 퍼센트 vs 84퍼센트) 보다 더 예산관리를 하고 (60퍼센트 vs 46퍼센트) 더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2퍼센트 vs 17퍼센트).

사실 금융이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의 참여를 이끄는데 있어서 더불어 필요한 것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최초의 여성회원이자 미국 내 최초의 여성소유증권회사를 설립했던 뮤리엘 시버트는 사비와 자신의 시간을 들여서 뉴욕 주 고등학생들을 위한 기초 개인재무 과정을 개발했다. 이러한 그녀의 조치는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미국 전역의 학생들이 투자, 저축, 그리고 예산관리에 대한 기초를 습득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도 누군가가 뮤리엘 시버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훈 교수/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김재훈 교수/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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