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한의사 "우울증·공황장애 있다면 혼자 여행을…"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5.05.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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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이안 한의원 원장

정이안 한의원 원장.정이안 한의원 원장.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각종 스트레스 질환이 있는 환자나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세요. 혼자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긴장을 하게 되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결정을 미룰 수도 없죠. 국내에선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현지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정이안 원장은 '여행하는 한의사'로 유명하다. 1995년 한의원을 개원한 후 1년에 두 번은 혼자 여행을 떠나자고 자신에게 약속했고 매년 이 약속을 지켰다.



정 원장은 최근 37곳의 여행 중 12곳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떠나는 용기: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다'를 출간했다. 부탄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단독 사진전도 열었다.

진료와 각종 강연, 방송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사는 그다. 하지만 설과 추석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여행길에 오른다. 일주일 정도의 제법 긴 일정이지만 짐은 기내용 캐리어와 카메라뿐이다. 경비도 비행기 값을 포함해 300만원에 불과하다.



정 원장은 "개원 후 20년 동안 여행가지 않고 아등바등하면서 진료만 보는 삶을 살았다면 10년 정도 버티고 그만뒀을 것"이라며 "항상 규칙적인 자극을 받으면서 그 에너지로 6개월을 산다"고 했다.

정 원장에게 여행은 일상이다. 매년 명절 시기와 여행지 날씨 등을 고려해 6개월 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 기간 동안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한다.

다음 번 여행지를 이탈리아로 정했다면 그에 관한 책과 영화만 보고 경제정책, 정치에 관한 뉴스를 통해 여행지를 공부하는 식이다. 신문도 사회면보다는 국제면을 주로 본다.


현지에선 많은 것을 체험하고 돌아온다. 쿠바 여행에선 1주일 내내 살사댄스를 배웠고 오스트리아 빈을 다녀온 후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부처님처럼 살던 부탄의 시골마을 할머니를 보고선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 네팔에서는 트레킹을 하다 급체한 포터를 치료하기도 했다.

론니플래닛(배낭 여행족을 위한 여행서) 하나만 들고 떠난 첫 여행에선 담요 한 장 달라는 얘기를 못해 덜덜 떨면서 잠을 자야 했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 컨설턴트로 통한다. 자연히 환자들과의 대화 소재도 많아졌다.

정 원장은 "지난해 꽉 짜인 스케줄로 힘들어하는 지인에게 혼자 몽골에 가서 말을 타보라고 권했다"며 "3박4일 동안 말을 타며 초원을 달리고 게르에서 자는 트래킹을 하고 돌아와서는 20년 된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여행자의 상태, 동행자, 목적 등을 듣고 날씨와 비행기 시간 등을 고려해 여행을 추천해준다"며 "다녀와서 남는 게 있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곳을 추천하지만 혼자 가지 않고 단체여행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한의학을 미래의학으로 바라보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여행한 후 한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었다.

정 원장은 "여행 전 결정하지 못했던 일의 대부분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정 한다"며 "여행지에서 고민을 싹 잊고 자극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답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생활 기준이 너무 돈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여행지에서 멋있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오면 한국에서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며 "무조건 혼자 여행을 떠나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원장의 새책 '떠나는 용기:혼자하는 여행이 진짜다'/사진=이덴슬리벨정이안 원장의 새책 '떠나는 용기:혼자하는 여행이 진짜다'/사진=이덴슬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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