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그 가게가 음식배달 홍보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일정 금액 이상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원하는 장소까지 음식을 갖다 주는 서비스 덕분이었다. 방문고객 위주로 운영해 온 그 음식점은 따로 배달원을 두는 게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문받은 음식을 포장해 배달기사에게 연락만 하면 끝이다. 주문 건수별로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배달주문이 없어도 상관없다.
이 같은 서비스의 등장은 시간부족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에게는 구세주와 같다. 온디맨드 서비스 덕분에 잡다한 일을 쉽게 맡기고 꼭 필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안심하고 맡길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 서비스의 안정성이나 질은 온디맨드 회사가 보장해준다.
앞으로도 이 같은 서비스는 더욱 늘어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온디맨드 경제란 단어가 말해주듯,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이미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유통비 부담 없이 손쉽게 거래하고 교환하는 단계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온디맨드 경제가 확산되면 이전에는 전혀 거래대상이 아니었던 서비스나 상품까지도 거래 대상이 된다. 공유경제의 대표 서비스로 거론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좋은 예다.
그런데 이처럼 확산되는 온디맨드 경제에 맞춰 우리 사회는 이를 수용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걸까. 온디맨드 경제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 지금까지 기업의 피고용자로 일하던 사람 대부분은 개인사업자의 신분이 된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입맛에 맞는 일만 골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조직을 통해 일의 안배와 구성원간 균형이 맞춰졌다면 개인사업자로의 신분변화는 극한 경쟁의 틀로 내몰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감당했던 재교육이나 업무에 필요한 도구의 구매와 관리도 완전히 개인의 몫이 된다. 사고나 질병에 따른 위험부담도 철저히 각자가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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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이나 택배사업자의 처우에 대한 문제는 온디맨드 경제의 그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같은 문제가 더 많은 국민으로 확대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소득격차와 늘어나는 비정규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간제 근로자나 1인 사업자에 대한 계약, 처우 등에 관한 시스템을 정비해나가지 않으면 온디맨드 경제에 우리 사회가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