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깐깐해진 재정관리, 예산낭비 9개 사업 '퇴짜'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2015.05.26 06:20
글자크기

정부, '2014년 타당성재조사' 16건 중 7건만 합격...전년比 통과율 20%p 하락

정부의 각 부처 예산사업 심사가 깐깐해졌다. 사업이 진행중이더라도 예산투입 대비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엔 과감하게 중단시켰다. 4년 연속 세수부족이 우려되는 등 재정이 부족한 탓이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될 전망이다.

2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총 16건의 타당성재조사를 실시, 7건만 통과시키고 9건은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타당성재조사란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에 대해 이뤄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사업 과정에서 사업예산이 당초 총 예산보다 20%이상 인상됐을때 사업추진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다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사를 통과하는 사업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통과하지 못할 경우엔 예산지원이 끊기는 등 사업이 중단된다.

지난해 타당성재조사를 받은 사업은 대부분 국토부(12건)에서 신청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었다. 재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국도45호선(국토부) 1046억원 △인덕원~수원 복선전철(국토부) 2조5220억원 △광주~해남고속도로(국토부) 3조2238억원 △대도시권 교통혼잡도로(국토부) 1686억원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국토부) 4조8162억원 △인천신항 항로중심준설(해수부) 1816억원 △장고항 건설공사(해수부) 682억원 등 모두 7건(11조850억원)이다.



반면 △국도37호선(국토부) 1685억원 △국도2호선(국토부) 4170억원 △국도26호선(국토부) 989억원 △국도77호선(국토부) 4268억원 △국도24호선(국토부) 402억원 △국도18호선(국토부) 475억원 △국도67호선(국토부) 592억원 △목포항 크루즈부두 축조(해수부) 789억원 △행정도시~조치원 도로확장(행복청) 1037억원 등 9건(1조4407억원)이 계층적분석(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을 통과하지 못했다. AHP는 계량분석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것으로, 예산투입 대비 향후 경제성을 점수로 환산해 0.5를 넘지 못할 경우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중에서 목포항 크루즈부두 축조사업이 가장 예산낭비가 심한 사업으로 조사됐다. 8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부두를 만들어도, 크루즈선 등 이용률이 떨어지는 등 경제성이 없는 것(AHP 0.238)으로 나타났다. 행정도시~조치원 도로확장공사(AHP 0.383)와 국도77호선(AHP 0.354) 등 역시 예산 투입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 사업은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초 예산보다 20% 이상 넘는 돈이 더 필요하게 돼 재조사를 받았고, 여기서도 경제성 대비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으로 '퇴짜' 맞은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타당성재조사 미통과 비율은 56%에 달했다. 2013년엔 총 8건 중 3건만 미통과로, 퇴짜 비율이 37%에 불과했다. 1년새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갈수록 세수부족이 심해지는 등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예산사업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세수가 펑크(-2조7000억원 → -8조5000억원 → -10조9000억원)났다. 정부 안팎에선 올해도 7조~8조원 규모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를 떠나 순수하게 경제성만 따져 사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이라도 사업 중간에 예산이 급격하게 올라갈 경우엔 경제성을 다시 따져 계속 추진해야할 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국가 재정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산낭비 사업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