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급 음식점 등의 메뉴판 하단에 명시됐던 '부가세(VAT) 별도'라는 문구가 부가세를 어렴풋이 인식토록 했습니다. 그나마도 2013년 1월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식당들이 '부가세 등을 포함한 최종지불가격을 명시'토록 강제하면서 이마저 사라졌습니다.
대중적인 상품임에도 유독 부가세를 별도로 표시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통신상품입니다.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IPTV, 인터넷전화, 특히 이동통신 상품까지 모두 부가세 별도의 금액을 공지합니다. 이는 대형 통신3사뿐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데이터와 음성통화, 문자를 모두 무제한(일부 제한이 있습니다만) 이용할 수 있는 5만원대 요금제는 원가 5만9900원. 여기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실제 이용자 부담 금액은 6만5890원입니다. '5만원대 요금제'와는 체감온도 차이가 큽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세금 포함 금액을 명시하는데 왜 통신서비스에만 유독 부가세를 별도로 계산하는지 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물었습니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원래 그래왔다"라는 시원치 않은 답변만 돌아옵니다.
KT가 7일 새롭게 내놓은 데이터 선택 요금제. '월 29,900원~99,900원'이라는 금액을 크게 강조했지만, 부가세 포함 실질 소비자 부담은 하단에 '32,890원~109,890원'으로 작게 명시했다. /이미지= KT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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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식당 서비스와 항공료 최종금액에 부가세를 포함토록 한 것은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여론 때문입니다.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요금과 관련해 이에 대한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시행령은 국회의 권한이 아닌 정부부처의 권한입니다. 이를 국회가 나서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2만원대' 무제한 요금제 출시 역시 사업자의 권한이지 입법기관의 권한이 아닙니다. 이 요금제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처음으로 주장했고, 이후 통신사들과 요금제 신설을 위해 물밑작업을 해왔습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역시 엄밀히 입법기관이 관여할 부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의 '월권행위'는 충분히 환영받을 일이고, 높이 평가를 받습니다. 돌아오는 국회에서는 명확한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금액 명시를 위해 '부가세별도 폐지'라는 월권을 추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령 국회의 요구가 없어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이를 추진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미 소관 산업의 부가세별도 폐지를 시행령을 통해 강제한 만큼 충분히 현실성이 있고, 명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