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본격화…보유외화 620억달러 푼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김지훈 기자 2015.04.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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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개발은행 등 국책은행에 자금 투입, 파키스탄 '경제회랑' 구축 460억달러 지원

중국이 양대 국책은행에 620억달러(약 67조1832억원)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본격화할 태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키스탄에 4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대일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로 중국 정부의 신경제 구상 핵심이다. 중국 주도로 올해 말 설립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Caixin) 보도를 인용해 중국이 중국개발은행(CDB)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320억달러, 3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금은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위탁대출 형식으로 투입된다. 중국 재정부는 별도로 또 다른 국책은행인 중국농업발전은행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DB의 한 고위 소식통은 "CDB와 중국수출입은행이 '일대일로'를 지원하려면 안정적인 외화 자금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3조7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FT는 중국이 국책은행에 막대한 외화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중국 지도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는 57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확정됐고 참가 신청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전날 취임 이후 처음 방문한 파키스탄에서 460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이 자금으로 '신(新) 실크로드'가 관통하는 '경제회랑'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파키스탄 언론에 낸 기고문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경제회랑은 육·해상 실크로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며 "(경제회랑 구축은) '일대일로' 정책에서 중대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경제회랑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3000㎞ 구간에 철도와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회랑의 출발점인 과다르항은 중국이 개발해 40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항구로 '일대일로'의 거점이며 미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을 대신할 중동 진출의 교두보다.

중국에 파키스탄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파키스탄과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불안해진 중동 정세는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품에 안으면 미국과 인도를 동시에 견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건설은 최근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물론 주요 기반시설 건설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게 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중국의 외화 대출 수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막대한 외화의 상당액을 금리가 낮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외화를 대거 투입하며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면 미국 국채시장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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