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금융시장 지표, 그리스 디폴트 예견?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5.04.2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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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그리스 국채 폭락·CDS 급등·獨 국채 인기 3대 지표 주목해야

[월가시각]금융시장 지표, 그리스 디폴트 예견?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이미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게 확실하다"며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그리스 국채 가격 폭락 △그리스 신용부도스왑(CDS) 급등 △독일 국채·주식 인기 급상승 등 3가지 지표로 볼 때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디폴트를 예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한 차례 디폴트를 겪었던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디폴트에 대비하기 위한 신용 위험 역시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독일 채권과 주식과 같은 유로존의 다른 안전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마켓워치는 “이런 요인들은 금융시장이 점점 더 그리스 정부가 현금이 고갈되기 전까지 채무협상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만약 그리스가 현금이 떨어진다면 이는 디폴트에 직면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유로존을 탈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지금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를 그럭저럭 넘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노무라 역시 “그리스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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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된 그리스 채권=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은 채권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3년 만기 그리스 채권의 수익률은 역대 최고인 27%를 넘고 있다. 포렉스닷컴의 캐슬린 브룩스는 “3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디폴트 가능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 역시 전날보다 1%포인트 오른 12.8% 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3월 디폴트 선언 당시 40%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디폴트 위험 대비 보험 비용 급증=그리스 채권이 부도가 났을 때를 대비한 보험 비용 역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근거로 앞으로 5년 내에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77%라고 전망했다.

그리스의 5년 만기 국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은 3500bp(1/100%)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말 1200bp 수준보다 3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보험 비용은 2012년 당시보다는 높지 않다. 캐슬린 브룩스는 이같은 원인에 대해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드물고 일부 투자자들은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디폴트를 막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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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그리스 사태 당시 차입비용 상승은 스페인과 이태리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국가에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유로존 은행들은 그리스와의 거래를 상당히 줄여 리스크를 낮췄다. 유럽중앙은행은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한도를 늘렸고 유럽의 경제전망도 더 나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국채의 경우 그리스 문제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역시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바클레이는 그렉시트의 후폭풍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 자금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 그리스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들은 자신의 현금을 안전하게 투자할 곳을 찾아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국채에 투자하면서 독일 국채 금리가 0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독일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자금이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독일 증시가 상승한 주된 원인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덕분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이 그렉시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그리스는 일부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고 채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유로존에 계속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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