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희롱 한 '서울시 공무원', 사표 못 쓴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5.04.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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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4일 성희롱 예방지침 개정안 마련…징계 피하는 '의원면직' 막고, '무관용' 원칙 강화

[단독]성희롱 한 '서울시 공무원', 사표 못 쓴다


서울시가 '성희롱 공무원' 뿌리뽑기에 나섰다.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세워 징계하고, 성희롱 후 자진 사표를 제출해 징계를 피하는 '의원면직' 또한 금지키로 했다. 성희롱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의 근로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엄중 징계키로 했다. 성희롱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직은 의무 교육 외에 별도로 추가 교육을 받도록 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희롱 예방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성희롱 예방지침이 개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성희롱 공무원에 대한 징계 및 억제책은 강화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등 신변보호를 늘린 것이 골자다.



시가 이 같이 결정한 것은 시 안팎으로 연이어 발생하는 성희롱을 근절키 위한 것이다. 지난 11월엔 시 도로사업소 공무원이 부하직원에 "키스하고 싶다"며 성희롱했고, 지난해 8월엔 서울시 산하 상수도연구원 여성공무원이 상사 성희롱에 시달리다 우울증으로 자살하기도 했다.

이번에 시가 개정한 성희롱 예방지침에는 '무관용'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특히 제14조 성희롱 징계지침에서 '법령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성희롱에 대해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징계절차가 이뤄지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시행할 때도 이 같은 무관용 징계 원칙을 시 공무원들에 알리도록 예방지침에 넣었다.



시는 성희롱 공무원이 징계 받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의원면직' 또한 금지시켰다. 의원면직이란 당사자가 징계를 받기 전 자진해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성희롱 등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파면이 아닌, 의원면직으로 퇴직할 경우 연금과 퇴직수당을 모두 챙길 수 있어 대표적인 꼼수로 꼽혀왔다.

이에 시는 '성희롱 등을 저지른 행위자에 대한 의원면직하지 않도록 규정을 둬야 한다'는 내용의 징계지침을 제14조에 신설, 성희롱 가해자가 꼼수를 차단하고, 정당하게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성희롱 상담 및 조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등도 방지키로 했다. 시는 예방지침 제9조 개정을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해 가해자와의 업무분장과 업무공간을 분리해 피해자 신변을 보호토록 요구했다. 피해자는 치료와 근로권을 보장하고, 가해자는 인사 조치를 의무화 해 2차 피해를 예방키로 했다.


이처럼 성희롱을 방지하는 추진계획을 매년 세울 수 있도록 기관장의 주요 책무에 포함시켰다. 성희롱 방지 관련 예산 또한 확보할 수 있도록 예방지침을 개정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예방지침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성희롱 징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본청의 한 여 공무원은 "예방지침이 있어도 실제 징계사례가 없으면 알아서 조심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성희롱 예방교육만 강조하는데 성희롱인지 알면서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시 공무원은 "시 본청도 본청이지만 시 투자출연기관과 사업소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희롱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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