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18세부터 65세까지’ 와인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5.04.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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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와인]<5>칠레 산 페드로 '1865'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칠레 포도밭(배경)과 산 페드로의 '1865'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칠레 포도밭(배경)과 산 페드로의 '1865'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많은 양의 포도를 생산해 대중화된 와인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한 그루에서 적은 양의 포도 생산으로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 것인가는 양조가의 선택이듯, 기업의 CEO는 자사의 상품을 대중화하여 성공할 수도 있지만 특정 고객이 원하는 상품으로 선택과 집중해 차별화된 시장세분화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은 국내 섬유업계를 리드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경영으로 아웃도어 의류산업에서 성공적인 신화를 창조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014년 한국 섬유산업 연합회 13대 회장으로 선임된 성기학 회장은“여태까지 섬유산업이 힘들지 않을 때가 없었지만 모두가 합심해 좋은 기회로 탈바꿈하면 섬유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며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모든 섬유인들은 “성기학 회장은 글로벌 경영리더로서 역량을 갖춘 분”이라며 존경심을 보냈다.

영원무역은 1974년 창업이후 이웃도어·스포츠 제품분야에 전념하며,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 수출사업과 이웃도어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1976년 국내 최초로 다운(Down) 의류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1986년 고어텍스를 한국시장에 처음 출시했으며, ‘지속적인 성장과 이익을 통한 고용증대, 환경중시 경영을 통한 인류 삶의 질 향상, 사회 환원 활동을 통한 더불어 사는 인류애에 기여’ 라는 핵심가치를 전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며 실천하고 있다.



고객과 더불어 등산 및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클래식 카메라 마니아로 알려진 성 회장이 즐겨 마시는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그가 즐겨 마시는 와인은 아주 평범한 칠레 산 페드로(San Pedro) 와인회사의 주력상품인 '1865' 와인이다. 칠레는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로 산 페드로(San Pedro)는 예수의 제1 제자이자 초대교황이던 성 베드로(Saint Peter)의 스페인어로 성 베드로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붙여진 마을이며, 산 페드로(San Pedro) 와인회사는 1865년에 창립되었다.

이 회사의 설립년도인 1865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와인이기 때문에 1865 숫자를 라벨에 붙였으며, 칠레 안데스 산맥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1865 와인은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는 국가 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수입되는 단일 와인 중에서도 판매량이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2002-2003년에 세계 와인품평회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국내 2015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브랜드 어워즈에서 와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1865 와인은 LPGA의 대표 미녀 골퍼 최나연 프로가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골퍼들 사이에선 이 와인을 마시면 ‘18홀 65타’를 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18세부터 65세까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또는 ‘1865년산(産) 올드 빈티지(old vintage) 와인으로 헷갈릴 수 있는 와인' 등으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1865 빨간 띠 캠페인’을 진행하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후원, 연탄나누기 자원봉사 등 다양한 자선활동을 전개해 ‘착한 와인’이라는 애칭도 따라 다니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성 회장이 창녕에 양파 시험재배에 성공한 선친의 창조적인 리더십을 이어 받아 늘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지금은 효율보다는 창조를 선택해야 할 때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진짜 욕구를 읽어내 멋진 상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가치를 서비스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고, 마케팅을 혁신의 엔진으로 삼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 회장은 1865 와인을 즐겨 마시니까 골프 마니아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골프를 전혀 하지 않은 CEO로 1865 와인과의 관계를 유추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성 회장은 회사 이름을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노래 ‘더 영 원스(The Young ones)’에서 따왔으며, 영원(永遠)하다는 평범한 뜻보다는 길 영(永)에 으뜸 원(元)을 써서 차별화되고 경쟁우위의 기업으로 아웃도어 섬유업계의 영원한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이 생산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상품이 등산·스포츠 의류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 성공한 것처럼 와인 중에 아주 평범한 칠레의 1865와인이 국내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골프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 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으로 성공한 것을 자신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하고 즐겨 마시지 않을까하고 유추해본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페트뤼스 와인(레이블에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갖고 있는 성 베드로(Saint Peter)를 형상화한 와인)과 달리 산 페드로(San Pedro, 즉 Saint Peter)의 1865 와인은 비록 평범하지만 마케팅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급 와인과 같은 가치를 전달해 80여 개국에 수출한 것처럼, 성 회장은 영원무역의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가 가치를 담아 현재 40개국에서 80여 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해 평범했던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을 품으면서 1865 와인을 즐기지 않을까.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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