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상환 vs 주식투자…뭘 먼저 하지?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 대학 경영학 조교수 2015.04.0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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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이야기]<13>학자금 대출 상환과 재테크의 기회비용

편집자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작년 말 미국의 대학 진학 및 성공 연구소 (Institute for College Access and Success)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생의 69퍼센트 가량이 학자금 대출을 가진 채 졸업했으며 그 규모는 1인당 평균 2만8400 달러(약 3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 교육을 거론했었고 이번주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4년동안 아리조나 주립대학 온라인 프로그램 수강 학비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 내에서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모나 학생 본인의 금융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오클라호마주의 한 지역방송국은 CNN머니에 독자가 기고한 내용과 추가적인 내용을 곁들여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은 세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사례는 주식투자를 통해 학자금을 갚은 경우였다. 주인공은 2009년 엔지니어링 학사학위를 받은 드렉셀대학 졸업생인 모하메드 마지드로 졸업당시(23살) 그의 은행계좌에는 단지 200달러만 들어 있었다. 마지드는 5만5000달러의 학자금대출이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신용카드로 학비를 지불하다가 결국 그가 4학년때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했다.



그의 초기 연봉은 4만8000달러였으며 월 학자금 대출상환액은 460달러로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신차 구입이라든가 좋은 아파트, 또는 고급식당에서의 외식으로 돈을 낭비하는 대신에 마지드는 졸업 후에도 학생 때와 같이 검약한 생활방식을 유지했다. 일단 직업을 갖게 되자 월 상환액의 두 배 또는 세 배를 갚아나가면서 공격적으로 대출금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는데 최대한 빚을 빨리 갚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금융위기 직후에 졸업한 마지드는 금융위기와 친구들의 구직실패에 대한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S&P(증시)가 역사적으로 연 11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3퍼센트에서 6퍼센트의 이자율을 가진 대출을 갚으려고 서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이때 그가 우연히 배운 개념은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포기하는 것의 가치인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이었다.

기회비용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은 그에게는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부채에 대한 전반적인 철학을 바꾼 그는 학자금대출은 최소 지불금 (minimum payment)만 갚아나가고 주식투자 입문서를 구입한 후 가지고 있던 여분의 돈을 모두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그는 초보투자자였지만 다른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하던 2009년과 2010년에 투자를 시작한 덕에 아주 싼값에 주식들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 결과 26살이 되었을 때는 그의 투자액은 학자금 대출규모와 맞먹는 3만5000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옵션들을 비교한 후 학자금 대출을 전액 갚는 대신 계속해서 최소 지불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학자금을 전액 상환하기 위해서 8년이 걸리는 결정이었다.

첫째 옵션은 바로 학자금 대출을 전액 상환하고 앞으로 8년동안 매달 460달러씩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연 수익률 10퍼센트를 가정할 때 8년후 6만3000달러를 가지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둘째 옵션은 계속해서 매달 최소 지불금 460달러씩 학자금을 상환하면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3만5000달러를 계속해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연 수익률 10퍼센트를 가정할 때 8년후 7만5000달러를 가지는 것으로 나왔다.

마지드 본인도 위의 계산이 너무 간단하다며 주식시장 연간수익률이 매년 10퍼센트를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세금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학자금 대출 이자는 매년 2500달러까지 세금공제가 가능하며 자본이득세율은 한계소득세율이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0 퍼센트이다.

기사가 나간 시점에서 마지드는 꾸준히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 수만 달러의 이득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방송국에서 추가적으로 소개한 다른 두 사례들은 마지드의 경우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우선 트레이시 빈델은 마지드의 경우와는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2014년 초반 그녀는 갚을 엄두가 안 나는 부채 1만3000달러가 있었다. 그 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게 된 그녀는 저축한 모든 돈을 대출금 갚는데 사용했다.

그녀는 가구 구입을 줄이고, 중고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가급적이면 걸어 다녔다. 1년 후 그녀는 마지막 대출 결제금을 지불했다. 이러한 그녀의 결정은 빚부터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일치하는 안전지향적인 결정이었다.

이와는 또 다르게 오스틴 넷츠리는 대학졸업 당시 8만1000달러의 거액의 빚을 안고 있었다. 운 좋게도 좋은 직장을 가진 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그는 몇몇 단계를 밟았다. 우선 더 이상 추가적인 빚을 늘리지 않았다. 이를 위해 차를 바꾸지 않았고 대출금 탕감 프로그램과 같은 채무면제 옵션들을 알아봤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고이자율의 대출을 최대한 많이 갚아 나갔다. 이와 아울러 주의를 가지고 주식투자도 병행했다.

위의 세 사례들 중 마지드는 주식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고 빈델은 빚을 우선적으로 갚은 경우, 그리고 마지막의 넷츠리는 양쪽을 병행하는 중도적인 입장을 보였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 중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개인에 따라 상황이 다르고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주식시장이 활황인지 불황인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인 것은 주인공들 모두 운 좋게도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즉 안정에 바탕을 두고 자신에 맞는 투자방식 또는 상환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 확보 후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맞는 투자 방식 또는 상환 방식을 택해 일찍부터 투자를 시작한다면 이른 나이에 부(富)를 일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레니엄세대에게 보다 많은 구직기회가 주어지는 토대가 마련되는게 우선돼야 한다.

/사진제공=김재훈 박사/사진제공=김재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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