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원한다면 리더는 잠시 뒤로 빠져주세요"

머니투데이 보스턴(미국)= 특별취재팀 정진우 , 조철희 , 이미영 기자 2015.04.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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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혁신 리더십'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


"직원들이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려면, 리더가 직원들을 혁신적이면서 창의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직원들을 압박한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조직행동(Organization Behavior)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린다 힐(Linda A Hill)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수많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힐 교수는 리더십을 주제로 GE(제너럴일렉트릭)를 비롯해 엑센츄어 등 글로벌 기업의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록펠러재단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등 현장 중심의 연구 경험이 풍부하다. 이를 토대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십을 학문적으로 정립했다.



힐 교수는 지난해 말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집단 천재성: 혁신 리딩의 기술과 실제'란 글에서 "혁신의 성공은 리더가 조직원들이 가진 천재성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동시에 그 조각들을 한데 묶어 집단 천재성으로 이끌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한 경기의 승리엔 탁월한 공격수와 확실한 수비수가 중요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건 유능한 감독이란 얘기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힐 교수를 직접 만나 기업의 혁신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
- 기업들이 직원들의 혁신 실행력과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기업의 CEO 등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조직원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직원들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또 직원들끼리 서로 협력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혁신은 천재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천재성의 산물이 혁신이다. 혁신은 다양한 전문지식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혁신'이란 목표를 일부러 정하고, 직원들을 윽박지를 필요는 없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창조적 사고) 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주고 빠져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결국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 혁신을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 그렇다. 리더들이 조직 혁신을 위해 3가지를 반드시 해야한다. 먼저 토론과 담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마찰(creative abrasion)을 이끌어야한다. 정말 탄탄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조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부딪히며 토론해야한다. 두번째는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결과에 반영하면서 배우는 '창조적인 민첩성'(creative agility)을 길러야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완벽하게 맞출 때 혁신이 이뤄진다. 마지막은 '창조적인 재해석'(creative resolution)이다. 대부분의 혁신은 새롭게 창조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를 새로운 상황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대조적인 의견를 융합과 연결을 통해 창의적으로 재해석해야한다.

- 그렇게 하면 직원들의 혁신 실행력을 키울 수 있나?
▶ 리더가 고민해야할 건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행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모습을 봐야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직원들이 재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일한다. 또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직원들이 고객에게 창의적으로 응대하길 바란다면, 직원들이 일하는 환경 또한 창의적으로 만들어줘야한다.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선 조직의 안팎의 환경이 같아야한다.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 특별취재팀
- GE는 패스트웍스(FastWorks)를 도입해, 작은 사업부 틀에서 혁신적인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 GE와 마찬가지로 IBM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그런 방식을 많이 도입한 걸로 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떻게 여러 개의 작은 조직들을 사업화 과정에서 다시 통합하느냐다. 대기업들이 여러 개의 작은 사업부로 나눠져 일을 할 때는 항상 균형을 생각해야한다. 조직을 작은 여러 개의 하부 조직으로 나눌 때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개 조직을 모두 연결해서 하나의 큰 조직처럼 작동하게 해야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조직을 여러 작은 사업부로 나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양손잡이 조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 양손잡이 조직 이론은 그 자체가 '도전'(challenge)이다. 기존의 사업부를 활용하면서 조직 안에 탐색하는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찾게 한다는 건 어려운 작업이다. 가장 중요한 건 리더의 역할이다. 기존 사업부서와 새로운 사업을 탐색하는 부서간 어떻게 '연결'(bridge)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

- 리더가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인가?
▶ 리더들은 통상 자기관리(Manage yourself), 팀 관리(Manage a team), 그리고 네트워크 관리(Manage a network)에 신경쓴다. 이중에서 네트워크 관리가 양손잡이 조직에선 가장 중요하다. 네트워크 관리란 결국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탐색(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의 두 갈래로 나눠진 직원들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느냐를 관리해야하는 것이다. 이게 양손잡이 조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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