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5.03.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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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주말 집에서 키우는 작은 개 한 마리를 끌고 산책을 나섰다. 다니기 좋은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다.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그리고 개와 같이 나온 사람. 개를 데리고 걷다 보면 수시로 땅 쪽으로 눈을 두게 된다. 풀과 나무 냄새를 실컷 맡던 놈이 한 곳에서 '큰일'을 봤다. 이젠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개똥을 치운다.

산책로 입구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애완동물 동반 시 목줄 착용·배설물 수거에 협조해 주세요." 지자체 이름의 이 현수막은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걸려있다. 이 길을 자주 걷는 사람으로서 왜 걸렸는지가 아니라 언제쯤 떼어질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하다. 치워지지 않은 개똥을 보지 못한 날은 거의 없다. 이날도 목줄 없이 다니는 개들이 여럿 보였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나온 강아지 인기 덕에 같은 품종의 '몸값'이 2배로 치솟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은 약 127만 마리.(2013년 기준) 이 수치를 떠나 애견 인구가 늘어난 것은 여러 면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애견 인구에 비례해 애견 문화가 성숙해 지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A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오늘도 ○○쪽에서 애견 관련 민원이 왔다"고 한다. 그가 느끼기에 관련 민원은 5년 전의 2배 수준. 현장에서 계도하는 게 쉽지도 않다. "개똥 치워 달라"는 말을 하면 험한 말이 돌아오기도 하고, 목줄 없음을 지적하면 "집에만 오래 있어서 뛰게 해 주려는데…" 같은 반응이 오기도 한다.



자료사진.자료사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다음과 같은 애완동물 관련 금지행위를 적고 있다.
배설물(소변의 경우에는 의자 위의 것만 해당)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
애완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않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
위 금지행위에는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B공원 현장관리인은 "(과태료 안내) 현수막이 걸린 후 개똥이 줄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개똥을 밟았다", "애견 행사에 갔는데 개똥이 굴러다녀서 애견인으로서 부끄러웠다"…. 인터넷에선 이와 같은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배려 없는 애견인은 다음 한 마디로 요약된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옆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불편함을 느끼듯이, 내가 데리고 가는 개가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애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동물'이 된다.

애완동물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접점을 찾는 과정이 아직은 필요하다. 동물 관련 단체들이 '동물 사랑' 활동에 더해 '애견 예절'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개를 데리고 걷던 중 조금 좁아진 길을 지났다. 저쪽에서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자전거 탄 사람은 다가오다 속도를 크게 줄여 천천히 지나갔다. 작은 배려, 지금은 안타깝게도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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