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불붙은 최저임금 인상…최소 8~9% 인상 예상도

뉴스1 제공 2015.03.12 17:10
글자크기

노·정 "임금격차 해소 차원 접근" 공감…저소득 근로자 생활안정에 초점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청년고용 및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청년고용 및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선진국에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데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턱없이 낮아, 임금격차 해소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우리나라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임금 격차도 크다"며 "최저임금에는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뿐만 아니라 격차 해소분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대기업-유(有)노조-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대기업-무(無)노조-정규직은 92.8, 중소기업-유노조-정규직은 84.1, 중소기업-무노조-정규직은 67.6, 대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43.4,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37.3이다.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이 월 3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은 112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최저시급조차 못 받는 근로자들이 200만명에 달한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도 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학계 한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 방안이 본격 공론화에 돌입하는 분위기인데 노사 간 이견이 심한 임금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 측면보다는 밑바닥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격차 해소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격차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안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2일 "국내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4명당 1명꼴인데 이들의 생활안정을 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라며 "최저임금은 무엇보다 격차 해소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향후 관심은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에 쏠린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와 소비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든 이상 큰 인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최저시급이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데 올해 최저시급은 5580원. 월 209시간 근로 기준으로 최저월급은 116만6220원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8.8%의 인상률을 보였지만 최저시급은 여전히 5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도 2014년 256만명(전체 근로자의 14.5%)으로 늘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 재계, 공익위원 각 9명씩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31일까지 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보내면 요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노사 간 이견이 커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공익위원 안으로 정해지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도 예년처럼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고된다. 다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리자고 제안했고, 내달 임기 만료로 바뀌는 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정부 측에 호의적인 인사들로 채워질 공산이 커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지난 2013년, 2014년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6.1%, 7.2%였던 점과 정부·정치권의 유례없는 최저임금 인상론, 세계적인 임금인상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최소 8~9% 이상의 인상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예견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연쇄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노동계가 올 봄 시작되는 노사 임금협상, 이른바 춘투(春鬪)에서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올해 임금인상 목표액을 정액급여 기준 월 23만으로 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개선치를 반영해 합리적 기준인상률인 8.2%를 고려했다고 한다. 한국경총이 회원사 기업들에게 권고한 1.6% 인상률과는 차이가 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실적부진을 이유로 임금동결을 외치는데 현재 10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모두 합치면 527조원에 달한다"며 "기업수익과 가계소득 불균형을 바로잡고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선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임금협상 주체인 노동조합이 대부분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짜여 있고 노조 조직률이 10%에 그치는 국내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기간제·용역·파견 등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학계 한 인사는 "대기업 노조들이 직접 임금을 올리기보다는 2, 3차 협력업체의 임금인상 여력을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며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저소득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 방점을 둔 춘투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