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금리, "1억 예금해봤자 年이자 148만원…"(종합)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5.03.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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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 '중위험·중수익'…"증여 목적 이외 부동산 살 시기는 아니다" 조언도

한은기준금리인하그래프.<br>
2015년3월12일한은기준금리인하그래프.
2015년3월12일


1억원을 1년간 시중은행에 맡겼더니 세금떼고 남는 돈은 148만원밖에 안된다? 시중은행의 1년 예금금리가 1.75%로 떨어질 때를 가정하고 따져본 수익률 시뮬레이션이다. 과거 금융위기 경험으로 노후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예·적금 상품에 넣어놓고 이자로 생활하려던 보수적 투자자들의 경우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저하가 생활고를 가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첫 1%대 금리 현실화로 투자 트렌드에도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1%대 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익이나 마이너스 수익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일반투자자를 중심으로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급속히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증권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2일 금융권 및 PB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나 투자자들의 투자자산 비중이 이전보다 10%~20%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고수익을 쫓는 위험한 투자보다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 PB센터 팀장은 "2%대가 아닌 1%대 금리인하 충격파가 이번엔 클 듯 하다"며 "슈퍼리치들은 최근 보통 안전자산대 투자자산 비중을 6대4 내지 7대3 정도로 가져가고 있는데 이번 금리인하를 계기로 안전자산에서 ELS, 적립식펀드 등 투자자산으로 비중을 10~20%포인트 가량 추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자산대 안전자산 비중을 5대5 정도로 균형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다.



신 팀장은 "금리는 한번 낮아지면 쉽게 오르기는 어렵다"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어려운 시기이고, 당분간 경기는 하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객들의 경우 금융자산 운용 측면에서 위험하더라도 투자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1%대 금리에서는 이자를 떼거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남는 게 없다는 점에서 5~8% 수익률을 목표로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증시, 미국 S&P500 지수, 홍콩H증시 등을 기초로 한 ELS는 국내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적다"며 "만약 앞으로 경기전망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3년 정도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허창인 SC은행 투자자문담당 이사는 "상반기 금리 인하는 당초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1%대 금리라는 심리적 부분이 물가상승률 대비 마이너스 수익을 거두는 기존 정기예금보다 투자쪽으로 관심을 돌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이사는 "ELS, 원금보장형 ELB 등 안정적이면서도 위험이 덜한 기존 '중위험·중수익' 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채권도 4%에서 3%대로 눈높이를 낮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원철 신한금융투자 반포PWM 센터장은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수급적 측면에서 증시에 제한적 참여만 해왔다"며 "이번 금리인하로 정기예금금리가 1.75%까지 떨어진다면 세금을 제하고 받아갈 수 있는 실제 수익은 1.48%수준에 그친다. 1억원을 넣어봤자 연간 148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차라리 은행에 돈을 묶어둘 바엔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우량주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려는 개인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며 "최근 대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는 점도 투자 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동안 외국인에 치중됐던 증시에 개인투자자금이 유입될 경우 증시 분위기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부동산을 살 시기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 PB센터 팀장은 "과거엔 금리인하가 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가져왔지만 이번엔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속도만 키울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자산가들은 최근엔 증여 목적 이외에 부동산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채무를 일으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채무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과거 금리인하의 전형적 효과에서 벗어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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