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통역이 됩니다"…구글번역기에 도전장을 던지다

딱TV 딱TV 2015.03.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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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2015 풀업(full up)' 캠페인②…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2003년작 영화 'Lost In Translation'의 국내 개봉 제목이다. 원 제목의 뜻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의미를 콕 집어낸 의역이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단절과 소외감을 느끼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단절과 소외감을 느끼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인간'(人間)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듯, 타인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언어가 다르다는 것 만큼 큰 장벽이 있을까. 심지어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 부자와 가난한자…절실히 통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구글 번역기'가 완벽해지면 사랑을 통역할 수 있을까. 사용자의 농담을 알아채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내놓는 시리(Siri)처럼, 기계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미국…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낸 청년 이정수, 그가 찾은 답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2012년 집단 지성 번역 서비스 플랫폼인 플리토(Flitto)를 창업했다. '클라우드 소싱'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한글 표지판의 내용이 궁금할 때 사진을 찍어 플리토에 올린다. 의뢰비 100원을 제시하면 누군가 "Beware of the dog"(개조심) 이라고 뜻을 알려준다.

좀 더 긴 글, 급한 번역을 의뢰할 때는 가격을 올려 제시한다. 외국인과 데이트중인 한 남성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물으며 꽤 큰 돈을 내걸기도 한다.

ICT 기술이 발달했지만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고 빠르게 일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매일 40만명이 플리토에 모여 일, 여행,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통역'해주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최저 100원부터 쌓인 거래액이 월 1억5000만원을 넘었다.

이정수 대표는 "교통, 인터넷이 발전해서 전세계의 거의 모든 벽이 무너졌지만 아직 '언어의 장벽'은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그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새로운 '빅뱅'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플리토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번역'이 소셜네트워킹의 구심점…K팝 스타와 팬들, 플리토에서 만나다

한국의 'K컬처' 스타들은 해외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SNS로 팬들과 소통하려 하지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스타와 팬의 소통…플리토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플리토는 17개국의 언어로 스타들과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번역을 돕는다.

슈퍼주니어, 틴탑, 블락비 등 연예인들이 음성으로 메시지를 남기면 다양한 언어의 자막이 붙는다. "플리토에 메시지 남겼다"는 한 마디만 SNS에 던지면 다양한 나라의 팬들이 플리토를 방문해 확인한다.

"사랑도 통역이 됩니다"…구글번역기에 도전장을 던지다
플리토는 스타는 다양한 팬들과 소통할 수 있고 팬들은 스타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채널이다.

또 번역이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으니, '번역계의 지식in'과 같다. 언어 능력, 특히 전문 분야의 번역 능력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딱 맞는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번역' 수요, 얼마나 될까?…"40조 시장, 구글 넘겠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번역'이 필요한 상황이 얼마나 될지, SNS를 통해 모인 400만명의 이용자들이 매출로 연결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든다.
이정수 대표는 플리토를 창업하면서 예상했던 이상의 다양한 번역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한다.

"사랑도 통역이 됩니다"…구글번역기에 도전장을 던지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메뉴판을 읽지 못해 아무 거나 골랐다가 후회한 사람들, 외국인 교수에게 성적에 대한 문의를 하려는 대학생들, 해외 직구를 이용하면서 문의 메일을 주고받다 머리가 아팠던 주부들…모두 기존 '번역' 시장에는 없었던 고객들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번역서비스 시장이 2018년까지 370억달러(약 40조5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할 IT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 번역기'는 나날이 진화하고 전세계 이용자들이 가장 쉽게 이용한다.

이정수 대표는 "언어는 창조적인 영역이고 자동번역기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번역시장에서 구글 대신 플리토가, 번역기 대신 클라우드 소싱이 중심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랑도 통역이 됩니다"…구글번역기에 도전장을 던지다
창업 3년차 '1조 기업' 갈림길…'스타트업'에서 '풀업'(full-up)' 되길 희망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스타트업(start-up) 지원이 활성화됐다.

그래서 2012~2013년 사이에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플리토 역시 그 중 하나다. 지난 2년은 '생존'을 시험하는 기간이었다면, 창업 3년차인 2015년은 평범한 기업으로 남을지 '1조 기업'으로 도약할 지 결정되는 시기다.

머니투데이 딱TV가 연중 기획으로 추진하는 '풀업'(full-up) 캠페인의 취지처럼, 플리토 역시 올해는 도약이냐 추락이냐 그 갈림길에서 도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정수 대표는 "시작한 지 2년이 돼서 청담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잘 살아남았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여전히 배고프다"며 "얼마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짧은 역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내 목표인 '1조 기업'의 도약대를 마련하는게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3월 23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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