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연말정산과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5.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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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연말정산과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우려는 현실이 됐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돌아온 연말정산 얘기다. '혹시나'하는 기대로 월급봉투를 받아들었지만 '역시나'였다는 실망감이 주변을 뒤덮었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환급액이 나왔거나 늘어난 직장인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월급을 토해낸 분노 앞에선 어떤 위로도 소용없었다. 40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던 한 증권맨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혹하게 세금을 걷는다'는 뜻의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월 300만원을 받던 4인가족의 가장이 연말정산으로 280만원이 빠져나가고 월급으로 2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례를 들며 "2월 월급을 받은 시민들이 집단 '멘붕'(멘탈 붕괴)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급쟁이들이 연말정산 결과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최근 분위기와 맞닿아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일반 예·적금 통장 등 '순수저축성' 예금금리는 전월대비 0.08%포인트 하락한 2.0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3년 국채 수익률이 2%를 하회하고, 예금금리가 (사실상) 1%대로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에게 ‘절세=투자’라는 인식의 보편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고수익은 고사하고 중수익도 어려워진 현실에서 절세가 가장 안정적인 ‘무위험 수익’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퇴직연금펀드와 같은 절세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퇴직연금펀드로 들어간 자금은 1조원에 육박했다. 퇴직연금펀드 전체 순자산(7조3031억원)의 13.6%에 해당되는 대규모 자금이 두달새 유입된 것이다. 세액공제 효과가 있는 연금저축 펀드와 소득공제장기펀드에도 각각 1582억원과 284억원이 순유입됐다. 오 연구원은 "연말이 될수록 연말정산 준비의 일환으로 절세상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연초부터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으로 세테크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인터스텔라에서 배우는 초저금리의 법칙 3가지'라는 연구보고서에서 금리가 5%일 때 자산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2년이면 충분하지만 금리가 3%로 하락하면 23.4년, 2%일 때엔 35.0년으로 길어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리가 2%에서 1%로 하락할 경우 자산이 2배가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69.7년으로 늘어난다. 초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 자산증식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이 '절세'를 포함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부지런히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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